요즘 미국 정치권과 언론이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주목하고 있다. NBC는 귀넷카운티 한인 맥 박씨와 제이콥 권 씨 부부를 인터뷰하면서 “‘남부의 서울’(Seoul of the South)이 조지아 아시안 유권자에 대해 말한다”고 제목을 붙였다. 폴리티코(Politico)는 조지아의 한인 유권자들을 ‘중요한 집단’ (Key Demographic)이라고 불렀다.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유권자들이 ‘단순히 승리의 가능성’ 이상이 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NPR은 “박빙 선거에서 아시안 유권자들의 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 한인과 아시안 유권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조지아 대선이 워낙 ‘박빙’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주는 몇십년간 공화당이 승리했지만, 지난 2020 선거에 민주당 바이든 부통령이 불과 1만2000표차로 승리했다. 따라서 14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한인, 아시아계 유권자가 조지아주 대선의 승부를 가를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래서인지 요즘 애틀랜타에 ‘전국구 정치인’ 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쉘 오바마 전 영부인이 둘루스와 귀넷, 디캡 카운티 등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한인타운에는 한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테드 리우, 주디 추 등 아시아계 하원의원들이 잇달아 방문해 한인들에게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에 우리 한인들은 기쁘기보단 당황스럽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유명 정치인들이, 선거철에만 한인타운에 나타나 악수를 권하며 한표를 호소하는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이들 정치인들이 우리 한인들의 삶에 뭘 해줬으며, 뭘 보태줬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조지아, 애틀랜타 한인들은 최근 몇년간 많은 고난을 겪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각종 시위와 폭동, 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최근 조지아에 현대차 전기차 공장 등 한국기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 기업에서 일할 한인들이 비자 및 영주권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치솟는 물가와 집값은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한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뭘 해줬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웠다지만, 언어 및 문화의 장벽 때문인지 몰라도 한인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애틀랜타 한인들은 정치인들을 외면하기보다는 만나서 당당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난데없는 관심은 한인들에게 하나의 기회가 될수 있다. 그동안 집권당의 아시아계, 한인 정책은 LA나 뉴욕 등 대도시 아시안 커뮤니티에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선과 같은 상황에서 애틀랜타 한인들만의 목소리를 내면 정치권도 우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몇년간 주정부와 카운티정부에서도 조금씩이지만 한인들을 위한 배려가 늘고 있다. 풀턴카운티 법원에서 열리는 애틀랜타 총격사건 총격범 재판에도 검찰측에서 한인들을 배려한다. 귀넷카운티 등에서는 한국어 투표용지 등을 만들며, 한인들의 투표 편의를 봐주고 있다. 모두가 투표장에 나가서 직접 투표한 한인들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 선거권을 가진 한인들은 번거롭지만 나가서 투표해보자. 선거철만 나타나서 한표 호소하는 정치인들에게 뭘 기대해서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정치권이 우리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