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때문에 내가 사랑을 배웠다’라는 제목으로 노인대학에서 내가 앉은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은 다섯 남자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들 살아온 경험속에서 사랑을 배운 사건들을 찾아서 나눴다.
“중학교 3학년 때 절친한 친구가 불행하게도 엄마가 없어 혼자 살게 되었어요. 어머님이 내 친구를 우리 집에 와서 살라고 했지요. 친구와 나는 우리 집에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다녔어요.” 첫번째 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와, 엄마 없는 애를! 선생님은 몇 형제가 살았어요 그때?” “누님이 한 분, 나는 외아들이었어요. 우린 형제처럼 자랐지요.”
형제처럼 자란 친구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미국에 살던 초기, 어머님이 미국 와서 사실 때 주위에 한국 사람도 없고 많이 외로웠는데, 그때 한국에 사는 그 친구가 어머니를 위해 많이 도움을 주고 자식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배웠다고 한다. “나는 처음부터 선생님을 만났을 때 좋은 분이라는 걸 느꼈어요. 우리 앞으로 더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옆사람이 말했다.
“어머니의 사랑이 하나님의 사랑을 대신하잖아요. 어머니를 통해 사랑을 배웠지요. 그 받은 사랑을 우리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전해야지요.” 두번째 분이 말 했다. “어려서 친구가 한국에 사는데, 그가 섬기는 교회 100주년 기념예배 때도 한국에 가서 만났는데, 그때 50만원 용돈을 주어서 받으며, 고맙다는 마음과 나도 친구들에게 베풀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번째 분은 6·25 난리 때 중고등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치과의사가 되어 캐나다에 이민 오고 그는 미국에서 사는데, 오랜 우정을 통해 마음속에 사랑을 느껴도 떨어져 살아 서 그런지 마음은 늘 따뜻하다고 했다. 하지만 멀리 사는 친구와 사랑을 나눌 줄 몰라 어색하다고 한다.
“나는 교회에 나가면서, 원수까지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네번째 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제로 싫은 사람이 옆에 살았어요. 싫은 친구를 내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고해성사를 한 적도 있어요. 나에게 미움 받는 사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를 싫어 하고 미워하는 것은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움을 받는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싫어하고 미워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요?” “시간이 가면서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졌어요.” “원수도 친구가 된 거예요?” “친구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그 친구를 통해 용서와 사랑을 배웠어요.”
“나는 병든 아버지의 사랑 때문에 사랑을 배웠어요.” 다섯째분이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술중독에 엄마를 때렸고, 엄마는 가출했어요. 가난한 바닥인생을 무시 천대받으며 사셨지요. 내가 중학교를 가려면 90리 떨어진 군소재지로 유학을 가야 하는데, 있는 집 아들 딸도 못 보내는 중학교를 아버지는 나를 중학교를 보내고 중학교가 있는 군청소재지로 이사를 간 겁니다. 덕분에 나는 고학으로 학업을 계속하여 미국 유학까지 하고 전문직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는 생활이 안정되었을 때 아버지가 왜 사회에 적응 못하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아보니, 그의 아버지가 1900년에 농촌에서 태어날 때, 엄마가 죽었고, 아기는 젖 동냥으로 살았고, 새엄마와 두 이복동생 사이에서 천덕꾸러기로 자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처지를 자신이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해보았다고 한다. 출생하자 생모의 죽음, 우유도 없던 1900년 한국 농촌, 새엄마, 이복 동생, 싸움과 천대, 학교는 문턱도 못 간 아버지. 만약 그 자신이 아버지가 생존했던 조건속에 살았더라면, 아버지 같은 알코올 중독에 부인을 구타하고, 무능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았다. 어느 누구라도 그런 조건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도, 그의 아버지도, 그리고 어느 누구도 자신이 태어나고 생존하는 조건을 선택할 수 없다.
그는 무거운 삶의 무개에 비틀거리면서도 그를 사랑하고 중학교에 보내준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으로 돌아보았다고 한다.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내 생각속에 억울하고 부끄럽고 슬프고 화나는 일을 평안과 사랑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똑 같은 세상을 살면서, 어떤 사람은 슬픔, 미움, 냉담, 부끄러움, 억울함, 분노로 가득한 생지옥을, 어떤 사람은 용서와 사랑으로 가득한 천당을 살아간다. 지옥과 천당은 그 사람의 의식의 진화정도에 달렸다고 정신과의사 데이비드 호킨스가 말한다. 용서란 내 마음에서 미움과 분노를 줄이는 작업이고, 원수를 한명이라도 더 용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가 지옥에서 천당을 향해 한걸음 나간 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