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했다. 어느새 70세라니… 그리고 ‘과연 나의 70대는 어떤 일들과 함께 펼쳐지려나’ 생각하며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70살을 맞이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날 기타 모임에서 만난 후배가 다가와 하는 말. 자기가 다니고 있는 시니어 센터에 기타를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계시니 거기 가서 같이 기타를 배우자고 했다. 그러나 내 주위에는 시니어 센터에 다니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기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곳! 그리고 주위에서 듣기에 그곳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주로 다니신다고 했다. 차로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는 곳이고, 아침과 점심을 주는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장소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같이 다니자고 했던 후배를 생각하며 “참 고마운 말이구나” 하고 마음을 바꿔 그곳을 한번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등록을 했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다니며 나는 적응을 잘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곳은 웃을 수 있는 곳이고, 사랑이 있고, 배울 수 있는 곳이고,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곳이었다.
우리 딸들은 듣도보도 못한 센터란 곳을 다닌다는 엄마에게 어느날 “엄마, 센터 어때요?”하고 물었다. 난 이런 말을 해주었다. “엄마는 그곳을 학교로 생각하며 다니고 있어. 아침에 스쿨버스가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지. 가면 학급 분단에 내 짝지까지 정해진 자리에 앉는단다. 꼭 고등학교 다니는 것 같아.”
그리고 제일 재미난 라인댄스 시간, 영어 시간, 체육 시간, 음악 시간, 미술 시간, 수학 시간, 성경 공부 시간, 그리고 여러 지식과 지혜를 알려주는 시간 등등. “학교 수업시간이 있기에 엄마는 기타도 배우고 하모니카, 영어, 탁구를 배우고 가끔 피곤할 땐 마사지도 받고 와. 그리고 요즘 학생들처럼 아침, 점심 급식도 맛있게 먹고 와.” 이렇게 말했더니 엄마는 참 웃기는 엄마라며 딸이 “재미있네” 하며 웃었다.
그리고 손주들 학교 갔다 오면 애들과 대화하듯이 나에게 가끔 전화해서 “엄마! 학교 어땠어? 밥은 뭘 먹었어? 친구도 사귀었어?” 하며 이것저것 묻는다. 그렇게 난 딸들과 수다를 떤다. 그리고 난 또 한 사람에게 나의 70살 얘기를 해줬다.
그 분은 6년 전에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시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셨기에 우리 형제들 학교 다 간 다음에 출근하셨다. 아버지는 늘 깨끗하게 털어놓은 운동화를 현관에 가지런히 놓아주셨다. 그리고 옷솔을 들고 계시다 교복 입고 나온 나와 동생들 교복을 앞뒤로 털어주셨다. 그러면서 늘 말씀하시기를 여자는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며 잘 챙겨주셨다.
엄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 같은 다정다감한 사랑이 넘치시는 아버지셨다. 그런데 며칠전 센터에서 행사를 했는데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라인댄스를 추게됐다. 교복을 입는 순간 아버지 생각이 나며 아버지를 잠시나마 떠올렸다. 너무 그리운 아버지! 동생들 하는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큰딸인 나를 시집보내고 얼마나 우셨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 큰딸을 먼 이국땅으로 보내고 마음 아파하셨던 아버지셨다. 늘 고생하는 큰딸 걱정으로 사셨던 아버지, 멀리 있어 제대로 효도도 못해드렸는데… 난 오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큰딸이 어느새 70살이 되었어요. 그리고 딸들에게 했던 센터 얘기를 아버지께 다 해드렸다. 그리운 아버지! 늘 걱정만 많이 끼쳐드렸던 딸이 “재밌게 잘 지내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마세요” 했더니 아버지께서는 “정말 잘했구나” 하며 밝게 웃으시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이제야 아주 조금 효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난 우울증에서 너무 힘들었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난 희망과 행복함으로 70대를 맞이했다. 정말 감사, 또 감사할 뿐이다. 난 내일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선생님들, 선배님들, 후배님들 만날 생각에 일찍 잠을 청한다. 시니어 여러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