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본에서 찾아온 두 손님은 특별하다. 우리 가족의 삶에 들락이며 인연의 고리를 이어가는 그들 덕분에 낙엽 되어 흩어진 추억이 따스하다.
지난달, 미쓰비시 회사원인 아이크는 바람처럼 찾아왔었다. 오래전 그는 신부를 데리고 이곳에 있는 미쓰비시 계열 회사에 주재원으로 와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젊은 부부는 딸을 낳아 키우며 알콩달콩 살다가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딸이 초등학생이었을 적에 아이크는 다시 와서 몇 년 근무하고 돌아갔었다.
우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적에는 그가 사는 지역을 찾아가 반갑게 재회했었다. 그리고 다시 사장으로 왔을 적에는 대학생이 된 딸과 코비드로 가족을 일본에 두고 온 그는 기러기 아빠였다. 그러던 어느날, 이곳의 공장을 두바이의 한 회사에 팔았다며 빠르게 뒷정리를 끝내고 일본으로 철수했다. 그러던 그가 미국에 출장 왔다가 고향 찾듯이 몽고메리에 왔었다.
늘 환하게 웃으며 성격 좋은 아이크와 달리 그의 아내는 수줍음이 많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손녀를 보러 이곳을 방문했을 적에 전통 티파티를 열었다. 엄숙하게 다기를 다루고 차를 우려내던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나는 정식 일본 다도를 체험했었다. 세상의 이치가 다도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아이크에게 특히 감사하는 이유는 그는 주말마다 우리집에 와서 나이든 남편을 태우고 가서 골프를 치고 19홀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줬다. 앨라배마 여러 지역 골프장을 신나게 누볐던 남편은 든든한 아들 같았던 그가 떠난 후 골프치는 흥을 잃었다.
그리고 이번주에 역시 바람처럼 찾아온 버트, 그와의 인연은 1995년에 시작됐다. 처음 내 사무실에 들린 버트는 군복을 입고 당당하던 나를 지금도 기억하고 나는 젊은 소령이 자신은 Sesame Street 인형극에 나오는 ‘버트’ 라 인사했을 적의 장난스러웠던 표정을 기억한다. 우리가 맥스웰 공군부대로 1년 교육받으러 오는 외국군인들을 스폰서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부대안 식품점에서 한국공군복을 입은 군인에게 인사했더니 언어로 겪는 불편함이 많다면서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남편에게 제안하니 동의해서 처음 한국 공군대령과 그의 가족을 도왔다.
그리고 그들과 한 아파트에 살던 일본 대령 가족과도 사귀었다. 세 가족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있어서 주말에 자주 모였고 스모키 마운틴이나 디즈니월드 여행도 함께 다녔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잊고 살던 뿌리를 찾게 됐고 일본군인들을 고향사람으로 좋아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본 대령과 소령 가족들을 스폰서했다. 해마다 점점 젊어서 오는 군인들을 친구처럼, 형제처럼 그리고 나중에는 자식처럼 사귀며 한국과 일본에 미국을 섞은 다양한 문화를 교류했다.
공군참모대학 교육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버트가 훗날 하버드에 공부하러 왔을 적에 큰딸이 하버드에 다니던 중이라 우리는 보스턴에서 재회했었다. 그리고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기숙사를 비울 적에 가방에 담지 못한 많은 물품들은 버트가 여러 박스에 포장해서 몽고메리로 부쳐줬다. 10년 전, 마침 멕스웰 부대로 출장왔던 그는 둘째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가 일본 공군자위대 참모총장으로 멕스웰 부대를 방문했을 적에는 코비드에 걸린 그가 숙소에 고립돼서 하룻밤이 아니라 8일 밤을 자는 동안 우리는 그와 거리를 두고 여러번 만났다.
작년 연말편지에 그는 퇴역 후 새로 일하는 회사를 알려줬다. 2013년에 창립된 우주궤도를 전문하는 기업, ‘Astroscale, Space Sweepers’ 의 부사장이 됐다. 일본인들의 야심과 창의력에 자원과 선진기술의 뒷받침까지 가지고 활약하는 미래지향적인 민간 회사이다. 우주궤도에 떠다니는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누군가가 그 문제에 해결책을 강구한 것은 놀라웠다.
고장난 인공위성을 수리하거나 기능 향상을 시키고 폐기된 것은 회수시키며 통신과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한 스페이스 인프라에 중요한 봉사를 하는 회사로 미국, 프랑스, 영국과 이스라엘에 지부를 가지고 국제적인 협조로 지구 궤도의 안전과 질서에 앞장선다. 버트에게 “처음에 땅을 밟다가 다음에 전투기 조종사로 상공을 누볐는데 이제는 우주로 올라갔으니… 다음은?” 하고 물었더니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렇게 멋진 인연의 축복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남을 거듭하면서, 나는 헤어질 적에 다시 만날 것을 당연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