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고 있어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4일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석유·가스회사 ‘콘티넨털 리소스즈’ 창립자인 해럴드 햄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이끄는 에너지정책팀이 IRA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자주 비판한 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커머스에 있는 SK배터리 공장 . 출처 SKBA 페이스북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인 테슬라 측은 정권인수팀에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면 테슬라의 판매가 약간 피해 볼 수 있지만, 경쟁사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라며 폐지가 장기적으로 테슬라에 도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RA를 자주 비판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끝내겠다고 거듭 공약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와 잭슨 카운티에 있는 SK배터리아메리카(SKBA)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가뜩이나 전기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보조금 마저 폐지되면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당초 내년 상반기로 잡았던 메타플랜트 완공을 대폭 앞당겨 지난 10월부터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했다. 단계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여가려던 현대차 입장에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하이브리드 차종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메타플랜트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SK배터리 역시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메타플랜트와는 달리 SK배터리는 공장 가동율을 높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시행될 관세 폭탄 정책에 대해서는 유리한 입장이다.
현대차의 경우 메타플랜트 가동으로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차 공장,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공장 등을 합쳐 연간 100만대의 미국 내 생산능력을 구축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자동차 무역흑자를 누리는 한국에 대해 관세를 인상해도 현지 생산 확대로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를 확보한 셈이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