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으로 주정부 지원에만 목맬 상황
투자유치 켐프 주지사는 연방상원 출마 가능성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리스크’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백지화할 경우 전기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관련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 SK온, 한화큐셀 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전제로 수십억 달러 투자를 감행했으나 이제 연방 정부가 아닌 주정부만 바라보게 됐다.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산업 투자 유치를 최대 실적으로 내세워온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조지아주 경제개발부는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자 한국기업들의 전략 수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회의를 열었다. 이승훈 한국투자유치 책임 프로젝트 매니저는 13일 “조지아의 클린 테크(clean tech) 육성은 현 행정부 훨씬 이전에 시작됐으며, 2018년부터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조지아는) 미래지향적이며, 파트너 기반의 경제개발 정책으로 관련 기업들의 목표 달성과 장기계획실현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40여년에 걸친 한국과의 전략적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는 2031년까지,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2028년(잭슨카운티 공장)과 2033년(바토카운티 공장)까지 세금 인센티브에 따른 일정 수준의 고용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 제조업체의 성패가 지역 일자리 창출과 긴밀히 연관된 점을 고려하면 주정부가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과 급여 삭감을 막기위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HMGMA)는 2024년 10월3일 ‘1호차 생산’을 축하하는 직원 대상 개장식을 열었다. 현대차 제공
한용승 노스조지아대 교수(경제학)는 “한국기업에 연방 지원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주정부의 자금 지원”이라며 “주 당국은 대외적인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주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켐프 주지사의 재선 임기가 2027년 1월까지인 점이 변수다. 3연임 금지에 따라 향후 정치적 커리어를 고심하고 있을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얼마나 보조를 맞출 것인지가 관건이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조지아 공화당의 지도부는 연방상원 장악을 위해 켐프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과 맞붙도록 종용할 것”이라며 켐프 주지사의 연방상원 도전 가능성을 점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현대차 메타플랜트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현대차 측은 대선 전 “메타플랜트 생산 차량은 판매 즉시 보조금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며 “특히 2025년식 전기차 아이오닉5는 배터리 생산 요건도 갖춰 더 높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IRA에 따르면 미국내 생산된 전기차가 배터리 부품 조건까지 갖출 경우 1대당 최고 7500달러의 보조금을 준다. 현재 현대차는 IRA 보조금 제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리스 판매를 늘려 7500달러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산 원료와 부품 사용 규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한 교수는 “현재 한국 기업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를 가리지 않고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한화큐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방 재무부가 반도체 공장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의 대상을 태양광 잉곳, 웨이퍼로 확대하면서 한화큐셀은 카터스빌에 셀, 잉곳, 웨이퍼 각각 3.3GW(기가와트)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새 공장을 짓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칩스법이 폐기될 경우 한화큐셀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