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44)를 둘러싼 자질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종교·정치적으로 극단주의 신념을 드러내 온 데다 성 비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헤그세스의 글과 온라인 활동은 그가 우파 기독교 문화와 정치적 극단주의, 폭력적 사상에 빠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헤그세스는 2020년 저서 ‘미국 십자군'(American Crusade)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방법으로 좌파들이 미국 애국자들을 사방에서 포위해 살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건국 아버지들과 국기와 자본주의를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LGBTQ+)와 여성의 권리, 인종의 정의를 옹호하는 좌파가 곳곳에 숨어 미국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좌파의 재앙 아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기독교 극단주의 신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팔에 적힌 ‘데우스 불트'(Deus Vult·하나님의 뜻)이라는 문구는 중세 십자군 전쟁을 시작할 때 사용된 구호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토마스 르카크는 “종교적 폭력을 촉구하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헤그세스 가슴에는 ‘예루살렘 십자가’, 어깨 아래쪽에는 미국 건국 당시의 첫 성조기인 별 13개짜리 성조기와 무기 모양의 문신도 있다.
그의 문신은 군 복무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고 미국 AP 통신이 전했다. 문신에서 유추되는 극단주의적 성향 때문에 그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관련 임무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당시 워싱턴주 방위군의 대테러 보호팀에서 복무한 데리코 게이더 예비역 원사는 당시 방위군 소속이던 헤그세스의 ‘데우스 불트’ 등 문신에 대한 제보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것이 극단주의 단체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했다고 AP에 말했다.
2016년 12월 15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로비의 피트 해그세스. 로이터
헤그세스는 성 비위 의혹에도 휩싸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헤그세그가 지난 2017년 성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당시 헤그세그는 공화당의 여성 당원 모임에서 연사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고, 행사 닷새 후 한 여성이 그를 신고했다. 이후 이 여성은 헤그세그와 이 사건에 대한 비공개 합의를 했고, 경찰은 헤그세그를 조사한 뒤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다만 신고한 여성이 한쪽 넓적다리에 찰과상을 입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신고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성의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다.
헤그세그 측은 성 비위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헤그세그의 변호인 팀 팰러토어는 “당시 경찰이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고 여성과 비공개 합의를 한 것은 헤그세그의 요청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숨기고 있는 잘못은 없다”고 답했다.
법무장관 지명자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 매수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국방장관 지명자의 성 비위 의혹까지 불거지자 트럼프 당선인의 일부 측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헤그세그에 대한 신뢰감을 보였다.
백악관 공보국장에 내정된 스티븐 청 대선 캠프 대변인은 “헤그세그는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있고, 실제로 기소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헤그세그가 상원 인준을 통해 국방부에서 미국을 더 위대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 번 결혼한 헤그세그는 첫 번째 부인에게는 불륜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당했다. 두 번째 결혼 기간에는 혼외자를 얻은 뒤 부인에게 이혼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