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성장률 2.2% 전망
선진국 평균 1.8% 상회
한국·중국·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상황에서 미국만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은 올해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유력한데도 미국 성장률은 3%대에 육박할 예정이다. 이 같은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24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IMF는 지난 10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선진국 평균(1.8%)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내년 역시 미국 성장률 전망치(2.2%)가 선진국 평균 전망(1.8%)을 웃돈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성장률이 둔화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경제 규모 1위인 미국은 이 같은 법칙의 예외가 됐다.
반면 다른 주요국 경제엔 그늘이 짙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부진과 청년실업률 증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4.6%를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엔 4.5%로, 2029년엔 3.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췄다. 현실이 될 경우 지난해(-0.1%)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에 빠졌다. 임금 인상이 제한된 상황에서 물가가 올라가면서 내수는 부진하다.
경제가 미국만 좋은 주된 이유는 우선 자산 쏠림이 꼽힌다. 미국이 전 세계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무역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연방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FDI) 1조2810억 달러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9%를 차지했다. 2위인 중국(14.1%)을 크게 앞선다. 이는 ‘미국 내 자금조달 → 설비투자 확대 → 생산 증가 → 경기 활성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달러의 힘을 바탕으로 한 재정 확장 정책도 미국 경제 성장의 배경이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는 1조8330억 달러(약 2576조원)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이 6.2%에 달한다.
미국의 국가 채무비율은 GDP 대비 120%를 넘어섰지만, 기축통화인 달러 지위를 통해 적자를 감당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보니 달러 가치는 높게 형성되고, 국채 수요도 풍부하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바이 아메리카’가 이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아메리칸 익셉션’은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미국의 재정 적자 규모가 계속 커지거나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미국의 경제 호황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진호 기자(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