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새벽에 화장실에 갈 때, 왼쪽 엄지발가락 부분이 아파서 걷기가 어려웠다. “아하 통풍 발작이 또 왔구나!” 침대에 돌아와 붓고 아픈 부위를 만지며 최소한 한주일은 꼼짝없이 극심한 아픔에 시달릴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2년 전, 처음 왼발 엄지 발가락 뿌리 부분이 붓고 아플 때 병원에 가서 통풍 발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약처방을 받았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 통풍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 통풍은 당뇨병처럼 한번 걸리면 완치가 안되고, 평생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 요산이 관절부위나 몸에 한 부분에 쌓여서 생긴다는 것, 퓨린이라는 흰자질이 많이 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요산이 덜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통풍 때문에 나의 다이어트가 확 바뀌었다. 붉은 고기들, 맥주, 고등어를 비롯한 해산물 대부분을 딱 끊었다. 그럼 소처럼 풀만 먹고 사느냐고, 늙어 가면서 흰자질도 필요한데 어떻게 흰자질을 섭취하느냐고 묻는 친구도 있다. 식물성 흰자질, 달걀, 연어, 명태 등 얼마든지 찾으면 흰자질 먹거리도 많다.
수요일, 아침에 양말을 신을 때도, 신발을 신을 때도 통풍으로 부은 자리가 아팠다. 최소한 일주일은 앓을 터인데 아직 덜 아플 때 체육관에 가서 발은 쓰지 않는 다리 운동을 5가지 하고 팔운동을 3가지 하고, 그리고 자쿠지 욕조에 들어가 발이 아픈 부위를 쏟아지는 물줄기에 마사지를 25분간했다.
수요일 오후가 되니 통풍자리가 더 붓고, 벌겋게 변색되고 피가 돌 때 욱신욱신 아팠다. 저녁에 퇴근한 아들이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지팡이를 사왔다. 출근 때 내 통풍 자리를 보고간 아들이 점심때 메시지로 통풍이 어떻냐고 물어서 걸을 수 없다고 대답했더니 지팡이를 사와서, 지팡이를 집고 화장실도 갔다.
목요일, 12시에 세 커플 점심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팡이를 집고 절뚝거리며 음식점에 갔다. “사람들은 자기를 늙었어도 건강하고 허리도 곧다고 하지만, 지팡이에 기대고 걷는 모양을 보니, 늙어 꾸부러진 영감의 대표 같네.” 아내가 말했다.
음식 점에 모였을 때 내가 통풍 발작된 이야기를 듣던 닥터 리가 왜 약을 안 먹느냐고 물었다. 자신은 통풍 약을 먹어 바로 아픔을 피한다고 했다. “나는 크루즈 갈 때도 통풍약을 가지고 가요! 당장 가정의에게 전화해서 처방전을 약국으로 보내 달라고 해요!” “그 약은 매일 먹어야 하지요? 평생 먹어야 하고 부작용도 있지요?” “아니요! 발작이 생기려 하면 먹어요. 나으면 안 먹고.” “그래요? 예방을 위해서 늘 먹는 줄로 아는데?” “발작이 생기면 먹고 나으면 안 먹어요, 당장 전화해서 콜치신(Colchicine) 처방을 받아요.”
가정의에게 전화했다. 접수원이 의사선생님이 바쁘시니 곧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고 내게도 알려 준다고 했다. 저녁때, 연락이 와서 약국에 가서 콜치신과 인도메타신(Indomethacin)이라는 알약을 사다가 지시대로 먹었다.
목요일 밤에 소변보려 갈 때 지팡이 없이 걸었다. 와, 약 효과가 이렇게 빨리 생기는 구나! 금요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걸었다. 약간 통증은 있지만 공원을 걸으러 나가서 한바퀴 걸었다. 걷고 나서, 피클볼을 치러갔다. 평소처럼 피클볼을 즐겼다. “우리 실수해도 웃으며 운동해요. 상대가 잘못해도 싸우지 말고, 게임에 져도 웃으며 즐겁게 운동해요!” 그렇게 팀 멤버와 다짐하고 즐겁게 운동했다. 누구도 하루 전날은 내가 통풍 발작으로 하루 종일 집안에서 고통에 시달렸다가 고통에서 해방된 기쁨에 설치는 걸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루 전 점심식사 때 닥터 리를 못 만났더라면, 만났어도 그가 말 할 때 말을 믿지 않았더라면 통풍발작의 아픔을 최소한 일주일은 견뎌야 했을 것이다.
기적처럼, 암 수술이며 키모세라피를 받느라고 일년 가까이 피클 볼 장에 못 나오시던 분이 나타났다. 암을 이기고 건강을 회복한 분이 오랜 만에 피클 볼 장에 다시 나와서 반가워 인사를 나눴다. 우수한 테니스 선수였기에 피클볼을 같이 배워도 공을 잘 치는 분, 긴 세월 동안의 고통을 이기고 돌아온 분에게 모두들 몰려와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일년 가까이 병과 싸워서 건강을 회복하고 오랜만에 운동하러 나와보니 어떠세요?” 운동 끝나고 쉴 때 그분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하루 반을 통풍 발작으로 고생하다가 다시 운동하려 나온 것이 너무 감사한데, 이분은 얼마나 감격적일까! “너무나 감사하지요! 죽을 병에 걸렸을 땐, 살기만 하면 항상 무한 감사하고 살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감사를 또 잊어버려요.” “병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축복인데, 건강 할 때 그걸 잊고 살아요.” “그래요! 우리는 병고를 통해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배우게 되나 봐요.” “범사에 감사하라는 의미를 우리는 병마의 위협을 통해서 배우나 봐요.”
우리의 공감은 건강한 일상,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다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