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한인사회에서도 새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만 추방될 것이며 합법체류자는 안심해도 된다는 한인들도 있다. 반면 그가 공약한 ‘불체자 대규모 추방’이 불체자 뿐만 아니라 이민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인들도 있다. 물론 불법체류 한인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와 이민단체의 전망을 참고해보자. 이들의 전망은 요약하자면 크게 세가지다. (1)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쉽지 않다. (2) 불체자들이 추방되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3) 합법이민 절차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대규모 불체차 추방부터 알아보자. 센서스(2023년 7월 기준)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수는 약 117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5%를 차지한다. 미국 정부는 2024년 하루 평균 4만 1500명 불체자 구금에 약 34억 달러를 썼다. 이중 61%는 범죄기록이 없는 단순 불체자였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제레미 로빈스(Jeremy Robbins) 사무총장은 “이민한 규모를 추방시키려면, 지역사회를 수색해 불체자를 찾아내야 하는데 인력과 비용이 추가로 든다”며 “불체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면 수용시설과 이민판사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모든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데는 약 315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2%-6.8%를 차지하는 막대한 액수다. 로빈스 사무총장은 “이만한 막대한 예산을 추가집행하는데 초당적 의회지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미국 노동력의 4.8%를 차지하는 불법체류자가 모두 추방되면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의 줄리아 겔랫(Julia Gelatt) 부국장은 “이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반드시 미국 근로자들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 근로자들이 사라지면 고용주는 사업을 외주화하거나 아예 폐업할 수도 있다”며 “이민자들과 미국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합법이민은 어떨까?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 이사인 그렉 첸(Greg Chen) 변호사는 “트럼프는 불체자 대량추방에 대해 언급했지만, 매년 수십만건에 달하는 취업비자, 가족이민 비자, 인도주의비자 등 합법이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첸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영주권 발급이 줄고 이민문호가 좁아졌다고 지적한다. 국토안보부(DHS) 에 따르면,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신규 영주권 취득자는 2016년 118만 3,500명에서 2020년 70만 7,400명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집권 4년 동안영주권 취득자가 거의 ‘반토막’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집권후인 2023년에는 신규 영주권자가 117만 3,000명으로 회복됐다.
첸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이민문호는 느려졌다. 이민 케이스 처리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뜻”이라며 “일반적으로 3~6개월이 소요되는 취업, 가족 비자는 처리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위협은 그 실현 가능성과는 별도로, 이민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 사회인 한인사회가 새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