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윤석열 대통령이 44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에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모인 시민과 무장 군인이 잇따라 충돌했다.
4일 오전 0시 50분쯤 국회 3문 앞에는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속 군인들이 배치됐다. 이들은 국회에 진입하려는 시민들을 막아섰고, 시민들은 “군인이면 나라 지켜라” “시민들도 들여 보내달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경찰관도 대한민국 사람 아니냐”, “문 열어! 문 열어!”라고 외쳤다.
4일 오전 0시 35분쯤 무장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이에 앞서 3일 오후 11시 53분쯤 시민 10여 명이 국회 정문 옆 벽을 타고 국회 안쪽으로 넘어갔다. 이 중 5명은 경찰의 제지에 다시 돌아갔다. 11시 50분쯤엔 경찰차로 국회 정문 앞이 봉쇄됐고 시민들은 “나라 망하게 생겼다”, “국회를 여십시오”, “왜 길을 막냐”고 외쳤다. 군경이 진입을 막아서자 “계엄령 폐지하라”는 문구를 종이에 쓴 채 흔드는 시민들도 많았다.
4일 오전 0시 46분쯤 시민과 보좌진 등 국회 직원들이 본관에 진입하려는 군인들에게 소화기를 뿌려 저항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국회 본관 안에선 당직자와 방호 인력, 군인 간 충돌이 빚어졌다. 군인들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해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소화기를 뿌리며 강하게 저항하는 국회 직원 등에 막혀 진입에 실패했다. 일부 군인들은 4층으로 올라가 본회의가 열리는 로텐더홀 진입을 시도했으나 직원들과 계속 실랑이를 하다 이 역시 실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오전 1시쯤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 의결이 가결되자, 국회 정문 앞에 집결한 시민 2000여명은 일제히 “대한민국 만세!”를 연호했다. 군인과 경찰들도 “가결됐습니다. 철수하십시오”를 외치며 들고 있던 방패 등을 끌고 철수했다. 오전 1시 12분쯤 국회 3문 인근 군인들은 모두 되돌아갔다. 국회 안팎에 있던 보좌진들도 긴장을 푼 모습이었다. 국회 앞에 모인 인파는 의결 이후 밤새 국회를 지켰다. 한 시민은 “어차피 막차도 끊겼으니 끝까지 국회를 지키겠다”고 외쳤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계엄군 차량이 국회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이를 막아선 시민들과 제지하는 경찰이 뒤엉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국회 인근에 4천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비공식 추산했다.
군중 사이에선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용산촛불행동 등의 깃발도 보였다.
연단에 오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퇴진 집회도 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한국중앙일보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