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9 ‘The joys and sorrows of young Yuguo’
“비가 되어 지붕을 닦고 싶다, 불이 되어 태우고 정화하고 싶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부귀영화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의 소명에 충실했던 순수한 문학 청년 위궈의 소망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젊은 위궈의 기쁨과 슬픔] 은 16세의 중국 청년 위궈가 루마니아에서 보낸 80일간의 여정을 아름다운 시와 음악으로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28분의 짧은 영상임에도 우리에게 묵직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위궈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그가 “우주는 본래 재” 라고 말했을 때의 나이는 5세였다. 그에게는 여느 아이와는 다른 특별한 외로움이 있었다. 그의 엄마는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위궈는 용이 되어 자유롭게 날아 다니며 진정한 자신의 집을 찾는 꿈을 꾸곤 했다. 그는 자신이 카르파티아 산맥의 용이었다고 생각했다.
섬세한 내면을 가진 그는 시 읽기를 즐기며 자신의 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를 원했다. 젊다기 보다 어리다는 말이 맞을 16세의 나이에 위궈는 안락한 부모의 곁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가 왜 루마니아의 시인 [미하이 에미네스쿠]를 좋아하고 루마니아까지 가기로 결심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유학을 간 루마니아의 바커우는 카르파티아 산맥 아래에 있는 작은 도시였다. 그의 시 [새로운 동굴로 떠나며] 에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기쁨과 함께 비바람이 불어도 부름을 찾아 가고자 했던 그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위궈는 그곳에서 행복했다. 처음 본 하얀 눈이 좋아 감동의 시를 짓기도 하고 공원을 거닐고 까마귀 떼의 펄럭이는 날개짓 소리를 들으며 마침내 용이 자신의 집을 찾은 것 같은 충만함을 느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기쁨과 열정이 가득했고 그의 행복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펴져 나갔다. 사람들은 위궈를 보며 자신들이 갖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다큐는 위궈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그의 글과 시를 들려주며 그때의 충만함을 우리도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위궈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루마니아와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위궈는 폭설의 악천후에도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착역을 놓쳤다는 생각에 기차에서 하얀 눈밭으로 급히 뛰어 내렸다. 하필 그곳은 돌로 만든 이정표가 눈에 덮혀 있는 곳이었다. 위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문학적 재능이 넘치며 현자와 같은 영특함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젊은이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 카르파티아 용이 환생해서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할 것만 같았던 그에게 닥친 허망한 죽음. 정말 이대로 끝인 걸까 하는 사이 영화는 다른 영상으로 안내한다.
아들의 특별함을 알고 있던 엄마는 슬픔을 삼킨 얼굴로 아들이 한 말을 들려준다.
“엄마, 용이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을 꿨어요. 그런데 심장에 칼이 꽂혀 죽었어요. 나는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내 살을 나눠 가졌어요.” 위궈는 이 꿈으로 행복해졌다고 엄마한테 말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억지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위궈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결국 비극적인 죽음으로 위궈의 꿈이 좌절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커우의 많은 사람들은 위궈가 남긴 사랑과 감동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순수한 기쁨과 삶에 대한 찬미를 위궈가 남긴 용의 살처럼 사람들이 나눠 가지게 된 것이다. 위궈의 바램대로 그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한편의 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위궈가 17세가 되었을 날, 위궈는 바커우의 명예시민이 되었고 위궈의 보모님은 바커우 대학에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후원하기로 했다. 그의 80일간의 짧은 여정은 눈물을 머금은 환한 미소같은 감동으로 나의 하루를 오래도록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