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카드 도난 신고를 했던 한인 한의사가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5만달러 이상의 거액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볼티모어 지역 매체 ABC2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권모씨가 지난 9월 보이스피싱으로 5만6000달러를 잃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권씨가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 중일 때 절도범이 한의원에 몰래 들어와 권씨 사무실에서 그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여러 장을 훔쳐 달아났다. 범인은 훔친 카드로 월그린, 월마트에서 약 2300달러를 결제했다. 진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권씨는 절도 사실을 인지하고 카드사에 도난 신고를 했다. 이에 범인의 결제 내역은 모두 거래 취소됐다.
그런데 얼마 뒤 한 여성이 권씨에게 전화해 자신을 뱅크오브아메리카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여성은 권씨에게 보이스피싱 시도를 막기 위해 전화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구글에 발신번호를 검색해 뱅크오브아메리카임을 확인했고, 또 여성이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알고 있어 은행 직원이라고 믿었다.
여성은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며 권씨에게 특정 링크를 보냈고 권씨는 링크를 클릭해 자신의 정보를 입력했다. 권씨가 입력한 정보들은 권씨 은행 계좌 접근에 필요한 내용이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권씨 은행 계좌에서 거의 전액이 인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5만6000달러가 인출됐다. 이는 권씨가 한의원 개업 첫해에 벌어들인 수익이다. 권씨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그제야 여성의 전화가 보이스피싱 사기였음을 깨달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인출된 금액은 누군가의 체이스은행 계좌로 송금됐다.
체이스 측은 권씨에게 5만6000달러 중 1만3000달러가 현금인출기(ATM)와 은행 창구를 통해 출금됐다고 전했다. 해당 금액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임을 인지한 체이스는 나머지 금액을 일단 동결시켰다.
권씨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 중 하나”라며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기꾼들은 매우 정교해 은행 시스템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체이스는 권씨 피해액을 회수하기 위해 은행들이 협력하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방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신고된 사기 범죄는 보이스피싱이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로 발생한 손실액만 27억 달러 이상이다.
LA지사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