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우리에게 익숙한 밀양 아리랑의 첫 구절 노랫말이다. 동지 섣달 추운 겨울에는 아름다운 꽃을 보기 어려운 때에 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면 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방 책상위에 있는 화분에서는 동지 섣달에 더 화려하게 피는 꽃이 있다: 시클라멘, 제비꽃, 크리스마스-켁터스이다.
크리스마스-켁터스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화려하나 잠깐 꽃을 피우고, 제비꽃은 일년 내내 꽃을 피우고, 시클라멘은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겨울에 꽃을 피운다. 요즈음 아침 마다 일어나서 화분에 물을 줄 때 면, 시클라멘의 꽃들이 나를 보고 제일 반기며 인사하는 것 같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귀여운 손녀가 팔을 벌리고 안아 달라고 다가오는 것 같이 반갑고 귀엽다.
은퇴하고 이곳에 와서 콘도에 사는 동안 계속 화분을 길러 왔지만, 시크라멘과 제비꽃이 당연히 화려한 꽃송이들로 눈에 띄고, 아침 마다 물을 줄 때 반가이 맞아 주는 것 같다. 물을 주어서 고맙다고, 덕분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고맙다고 웃는다. 그 꽃다발의 인사가 나의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한다.
은퇴 전에는 살던 집에는 뒤뜰이 넓어 텃밭도 가꾸고, 많은 꽃들도 길렀는데, 은퇴 후 콘도에 사니 식물을 기르던 버릇 때문에 내 책상위에 3개의 화분에는 풀꽃들을 기르고, 식당 창가에는 행운 목과 떡갈잎 고무나무 화분을 기른다. 화분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주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꽃이 피면 기쁘게 감상한다. 식물들이 집안 공기에 수분을 더하고 산소도 첨가할 것이다.
2년전 가을에 홈디포에서 시클라멘이라는 꽃 한 포기를 사다가 화분에다 옮겨 심어 책상위에 놓고 나서는, 가을-겨울-봄 반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풍성하고 예쁜 꽃다발이 매일 아침 나를 반겨주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시클라멘은 여름에 꽃도 잎도 시들어 잠복기에 든다고 한다. 시클라멘은 감자처럼 구근 식물이다. 여름이 되니 꽃도 시들어 없어지고 잎도 시들었다. 이번 가을에 다시 시클라멘을 사다가 심었다. 역시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서 매일 물을 주는 보람이라고 할까 보상을 받는 것 같다.
내방에서 화분 식물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조건들 중에 아마도 남향 창문의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잘드는 것이 제일 큰 이유 같다. 방안 기온은 늘 따스하고, 매일 물을 주니, 시클라멘 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들도 잘 자란다. 식물마다 물을 주는 주기가 다를 수 있으나, 나는 매일 아침에 물을 준다. 조금씩 준다.
제비꽃 화분이 시클라멘 화분 옆에 있다. 제비꽃은 7년이나 같은 화분에서 한번도 시들거나 마른 적이 없이 계속 자란다. 놀라운 사실은 내방의 제비꽃은 일년 사시사철 내내 꽃을 피운다. 진한 자주색 꽃들이 피었다가 시들기 전에 다른 꽃대가 올라와서 꽃을 피우고, 꽃이 피어 있는 동안에 뿌리 부근에서 꽃대가 새로 자라는 것들이 보인다. 그래서 사철 꽃을 본다.
7년이나 계속 자란 내 방의 제비꽃은 엄지 손가락 같은 줄기가 잎들과 꽃줄기를 포기 채 떠 받들고 있다. 사철 햇빛이 들고 기온이 늘 같으며, 매일 물을 주니, 겨울 잠을 잊고 사철 꽃을 피워내는 돌연변이가 생긴 것 같다. 남향 창문이 있고 화분을 한 번 길러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화려한 꽃다발을 매일 돌보며, 꽃이 주는 밝은 기운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하며 조금 더 행복하면 좋겠다.
아침에 물을 주며 젊음의 상징 같은 새빨간 꽃다발로 나를 맞아 주는 시클라멘을 대할 때, “세상엔 이렇게 간단한 상생의 아름다운 인연도 있어요. 나는 그대가 물을 주지 않으면 죽어요. 나를 잘 보살펴주어서 고마워요. 덕분에 나는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방안 공기에 물기와 산소를 보내지만, 보이는 내 모양과 웃음도 보내 드려 요. 나를 따라 웃으세요. 오늘 하루도 웃으며 감사하며 사세요!” 그렇게 나에게 속삭인다.
시클라멘이라는 제목으로 시조 한수를 지어 보았다. 아침에 물을 줄 때, 붉은 꽃잎 받쳐들고/굳 모닝 나의 주님, 물 줘서 감사해요/덕분에 예쁜 나처럼, 예쁜 하루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