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이 미치기 전에 샀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부담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테슬라 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년 전부터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브랜드의 전기자동차 중 희한한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은 경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론(머스크)이 미치기 전에 샀음”(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 “일론 미친 X인 거 알려지기 전에 샀음”(I bought this before we knew Elon was crazy), “안티-일론 테슬라 클럽”(Anti-Elon Tesla Club) 등이다.
일종의 ‘테슬라 차주이긴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싫다’는 식의 표현이다. 이런 스티커들은 에치(Etsy), 아마존 등 온라인으로 여러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용 스티커들. 사진 엣치 캡처
FT는 머스크가 지난해부터 공화당 대선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테슬라는 ‘우파 정치색’을 강하게 띤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부담감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테슬라 차주들이 증가하면서 이런 스티커의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테슬라 차주 중 차를 바꿀 때가 되면 일부러 다른 브랜드의 차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테슬라가 드물던 2011년부터 테슬라를 구매해 타 온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주민 조 사이퍼는 내년 5월에는 차를 루시드 그래비티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이퍼는 “테슬라 차주라는 게 마치 ‘마가 모자’(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쓰는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야구모자 스타일의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서는 일이 없었더라면 테슬라 아닌 차로 바꾸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선거 캠페인에서 적극 활동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미국에서 팔리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그 중 테슬라는 미국에서 단연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다.
몇 년 전까지 테슬라는 오히려 진보에 가까운 브랜드 이미지가 있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타는 것이 좋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X로 개명하고 난 후 우익 성향 정치 게시물이나 음모론 지지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2억5000만 달러(3600억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수장으로 내정한 상태다.
“일론 미치기 전에 샀음”이나 “안티-일론 테슬라 클럽” 등 스티커들을 만든 매슈 힐러는 “요즘 테슬라 사는 사람들은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며 “테슬라는 전통적으로 진보성향 사람들이 타는 차였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중앙일보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