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의 취임이 내년 1월로 다가온 가운데, 2기 행정부에서 그가 펼칠 새로운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및 부채 감축, 연방정부 예산 감소, 감세 정책을 내세운 상태다.
문제는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아동 건강보험 프로그램(CHIPS), 푸드스탬프(SNAP) 프로그램이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내 8800만명의 인구가 최소한 한가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 소수민족을 위한 보건인간서비스 (Health and Human Services’ Office of Minority Health) 통계에 따르면 메디케이드는 현재 한인을 포함한 65세 이상 아시아계 인구 34%의 의료보건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미국내 푸드스탬프를 받는 저소득층이 4000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경제, 보건 정책은 한인들의 건강과 의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65세 이상을 위한 메디케이드 예산은 삭감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푸드스탬프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조지타운 대학 맥코드 공공정책재단(Georgetown McCourt School of Public Policy Foundation)의 조앤 앨커(Joan Alker) 교수는 “메디케이드 예산은 주정부 보건프로그램의 56%를 차지하는 막대한 액수”라며 “예산 감축 기조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공화당 주도 의회에서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은 2026년부터 나타날 것”고 지적했다.
앨커 교수에 따르면 메디케이드는 65세 이상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으며, 저소득층 가정과 아동 인구 절반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은 공공보건 뿐만 아니라 주정부 예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 여파는 10년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체적으로 메디케이드 예산이 감소하면 의료 보조금(reimbursement)가 줄어들 것이며, 이에 따라 시골 지역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의 의료비 자기 부담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특히 9개 주에서는 연방정부 예산이 줄어들 경우 300만 명 이상이 즉시 메디케이드 혜택을 잃을 수 있는 ‘트리거법’이 존재한다는 점도 그는 지적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프로젝트2025’ (Project 2025)도 노인, 저소득층, 어린이 의료보건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고 어린이 파트너십(Children’s Partnership)의 마야 알바레즈(Mayra Alvarez) 회장은 지적한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5년간 40억달러 규모의 예산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이 감축되면 푸드스탬프, 저소득층 어린이 의료보험, 저소득층 일시 원조(TANF)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노인과 저소득층의 의료보험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시행됐던 공적부조 규정(public charge rule)이 2기에서 다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적부조 규정’은 이민자들이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등을 받을 경우 앞으로 영주권, 시민권 신청에 제한을 두겠다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이 시행되자 많은 합법, 불법이민자들이 이민신분에 위협을 느끼고 메디케이드 등을 받지 않았다고 알바레즈 회장은 지적한다.
또한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의 예산압류(impoundment) 권한을 이용해, 의회가 이미 승인한 의료보건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2024년 의회가 승인한 의료보건 예산을 트럼프 당선자가 중지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책우선센터의 리차드 코간(Richard Kogan) 연구원은 “예산 압류권한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이 발동한 것이 마지막이며, 의회는 1974년 예산압류법을 통과시켜 대통령 권한을 제한했다”며 “따라서 트럼프 당선자의 권한 발동은 위헌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많은 한인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감세정책 공약 때문에 그에게 투표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감세정책은 결국 예산부족으로 이어지며, 노인, 어린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 예산이 가장 먼저 삭감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푸드스탬프에 끼칠 영향에 대해 한인들도 각오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