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란 대개 실수에 의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실수로도 일어나지만, 상대방의 실수로도 일어난다. 아니면 쌍방이 모두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사고가 나면 어느 쪽이 실수했는가에 따라 책임이 결정된다. 만일 실수한 쪽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 있으면 보험회사가 실수한 쪽을 대신해 한도액 내에서 책임져 준다. 이것을 Liability (책임 보상)이라고 한다.
나의 실수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면 적으나 많으나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사고로 인해 상대방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험회사가 나를 대신해 상대방의 피해를 보상해 주는 항목을 Liability 라고 한다. 그중에 상대방의 차량이 부서진 것은 Property Damage라 하고 상대방의 신체상 피해를 Bodily Injury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Bodily Injury를 ‘대인 배상’이라고 부른다. ‘대인 배상’에 관해 알아보자.
‘배상인’ 씨는 신호등이 있는 십자로에서 좌회전하다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자동차와 정면 출동했다. 신호가 노란색으로 바뀌자마자 얼른 좌회전했는데, 상대방도 노란색 신호를 빨리 지나가려고 가속한 모양이었다. 상대방 자동차가 심하게 부서졌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 차의 운전자와 승객들이 많이 다쳤다. 경찰이 오더니 전적으로 ‘배상인’ 씨의 잘못이라고 판정을 내리고 교통위반 티켓을 발부해 주었다. ‘배상인’ 씨는 경찰에게 상대방이 너무 빨리 온 것이라고 항변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배상인’씨가 좌회전에서 양보하지 않은 것은 무조건 잘못이라며 경찰은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지 않고는 억울하면 법원에 나와서 항의하라고 한다.
일단 ‘배상인’ 씨는 본인의 자동차는 보험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아 고치고, 상대방의 피해는 보험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 후 보험 회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상대방의 피해가 너무 커서 ‘배상인’ 씨의 보험에 있는 대인 배상의 한도액 (한 사람당 2만5000달러, 사건당 5만달러)을 넘기 때문에, 그 한도액을 넘어가는 소송액에 대해서는 ‘배상인’ 씨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렇다. 보험회사는 보험에 들어있는 커버리지 한도액 내에서만 책임을 지고 그 한도액을 넘어가는 액수는 더는 책임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Liability 한도액을 충분히 가입해 놓는 것이 좋다. 차를 갖고 있으면 적어도 반드시 Liability를 가입하도록 조지아주 법에 규정되어 있어 가입하지 않고 운전하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이는 보험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고한 피해자를 막으려는 조치이다. 한국에서는 보험회사가 끝없이 책임져 주는 무한도 보상(Unlimited Coverage)이 있다고 하는데, 미국에는 가입자가 한도액을 정하고, 보험회사는 그 한도액까지만 대신 책임져 준다.
‘배상인’ 씨의 경우, 조지아주 정부가 요구하는 대인 배상의 최저 한도액 (한 사람당 2만5000달러, 사건당 5만달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한도액을 넘어가는 배상액은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통지를 받게 된 것이다.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줄여 보려고 대인 배상 한도액을 최저로 가진 분들이 정말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재산이 많으면서 최저 한도액의 커버리지를 가진 분들을 만나면 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 사고를 크게 내게 되면 많은 재산 손실을 겪게 될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인 배상 한도액을 얼마로 갖고 있으면 충분할까? ‘충분하다’라는 말은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 사람당 10만달러, 사건당 30만달러가 적당하다고 하겠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더 높게 갖고 있을 것을 권하고 싶다. 재산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비교적 높은 한도액을 가진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양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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