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여권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지원한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나 그룹 뉴진스와 같은 연예인 등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윤통(윤 대통령) 비난을 도저히 못 참겠다”며 홍준표 대구시장을 신고했다는 글도 지난 21일 올라오는 등 그 대상은 정치권 인사도 넘나든다. 이들이 CIA 신고를 언급하는 이유는 미국이 반미주의자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23일 아이유 인스타그램에는 “미국 공연 못 하겠네” “중국 콘서트 연습을 해라”와 같은 비방성 댓글이 달려 있다.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JTBC 아침 뉴스프로그램 ‘아침&’의 코너 ‘소셜픽’은 최근 온라인에서 떠도는 ‘윤석열 탄핵 찬성 리스트’를 다뤘다. 해당 리스트엔 탄핵 집회를 선결제로 지원하거나 윤 대통령을 비판한 연예인 이름 등이 담겨있다. 더불어 ‘(이들을) 미국 CIA에 신고하라’며 CIA 홈페이지 링크를 걸고 신고를 유도하는 내용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글은 6년 전인 2018년에도 온라인에 퍼진 적 있다. 당시 ‘[속보] 드디어 반미주의자 신고하면 미국 입국 영구 금지. 자녀 유학 전면 금지’ 등과 같은 제목으로 SNS나 카카오톡 등에서 관련 글이 적지 않게 유포됐다.
CIA에 신고하면 미국 입국 등이 금지된다는 내용은 확인된 것일까. ‘소셜픽’이 인용한 2018년 12월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 코너에 따르면 당시 CIA는 이런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팩트체크’ 측은 “미국 비자나 체류 업무는 CIA가 아니라 국무부에서 한다”며 “국무부 영사사업부는 건강 상태, 범죄 전력, 테러 안보, 불법 입국, 생활수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정치 성향만으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IA에 신고된 인물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내용은 가짜뉴스로 판명 난 셈이다. 지난 18일 MBN ‘뉴스파이터’는 “일부 네티즌이 가짜뉴스를 보고 CIA에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CIA에 신고하자는 이런 움직임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6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의 ‘CIA 신고 인증’이 시발점으로 보인다고 ‘팩트체크’는 전했다. 한 이용자가 특정인을 CIA에 신고하고 그 인증샷을 올린 뒤 이를 모방하는 일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