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사고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여객기는 조류 충돌 경고 후 1분 후에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고, 이후 5분 만에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같이 밝혔다.
브리핑을 맡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7분께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58분에 사고기 기장이 메이데이를 요청했다.
이후 사고 여객기는 오전 9시께 19활주로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고, 3분 후인 9시3분께 랜딩기어없이 착륙하다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활주로 01번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주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며 “그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줘서 조종사 수용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담벼락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현재 비행기록장치는 사고조사위원회가 수거했다”며 “음성기록장치는 현장 상황 따라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2천800m는 그 전에도 항공기 운항했고, 활주로 길이 충분치 않아 사고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는 사상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선 “동체착륙하고 불이 났고, 그 뒤에 바로 출동했다”며 “원인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생존 가능성 없다” 소식에 탑승객 가족들 통곡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어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탑승자 가족이 몰려온 무안 국제공항 1층에서는 가족을 애타게 찾는 흐느낌과 울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탑승자 가족 대부분은 오전부터 흘린 눈물로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뉴스를 보던 가족들은 “아이고 어제 전화했는데…”. “놀러 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라고 말을 채 잇지 못하며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냈다.
김모(33) 씨는 “언니가 저 비행기에 탔다”며 “그동안 늘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놀러 간 건데…”라고 울먹였다.
옆에 있던 김씨의 남편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다들 같은 심정이니까 인터뷰는 안 하셨으면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한 사고에 대해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탑승객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고 발생 4시간째인 오후 1시께 소방 당국이 탑승객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기로 하자 100여명이 넘는 인파가 회의실에 몰려들었다.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이 “여객기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끝내자마자 순식간에 회의실은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족 중 누군가가 “생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서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희박해진 생존 가능성에 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한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가 하면 한 남성은 울분을 토하며 “어떻게…”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당국과 항공사의 뒤늦은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는 가족들도 많았다.
탑승객 가족들은 오전부터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인 탓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무안공항을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달라”,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달라” 등 탑승객 가족들의 요구도 이어졌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가족들의 잇단 항의에 “알겠습니다”는 짧은 답변을 내놓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탑승자 가족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대표를 선출하고 당국 브리핑과 후속 대처에 대응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