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등 진출 한국 기업 290여곳
인력 조달 문제도 잠재적 위험요인
한국 기업이 2021년 이래 올해까지 발표한 대미 투자계획은 1400억 달러(미국 내 한미 합작법인 포함)다. 이중 240억 달러(17%)가 조지아주에 집중됐다.
동남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90곳이다. 새해 1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을 앞두고 한국의 계엄·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이들의 경영 환경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경제 파트너십 콘퍼런스를 둘루스에서 16년 만에 열고, 제9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또한 양국 수도 외 최초로 애틀랜타에서 개최되며 지난해 양국 경제 협력 모멘텀은 충분히 만들어졌지만, 국내외 정치 환경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평이다.
트럼프 2기의 관세 부담과 보조금 특별법 폐지 위험에 더해 최근 고환율, 한국의 대외신인도 타격까지 통상 불확실성이 커졌다. 2025년 한국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를 살펴본다.
◇ 무역정책 변화
경영 환경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행정부 교체에 따른 무역 정책 변화다. 이상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애틀랜타 무역관은 3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트럼프 대중국 규제의 직접적 영향권”이라며 “고관세 정책 외에도 반이민정책으로 비자와 세관 통관 업무가 지연돼 직원 출장 및 파견이 어려워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타 아시아 국가들과 공조해 내년 대외 통상 환경을 살피고 있다. 지난달 애틀랜타 홍콩협회(HKAA) 주관 2025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이 무역관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아시아권 경제 실무자들이 지난달 세미나에 참석해 대미 무역 전망을 공통 논의했다”며 “한국기업에 직접 연관된 경제 현안을 주로 좇다 보니 타국 세미나는 참석하지 않는데, 올해는 트럼프 정책 방향에 발맞춰 아시아 국가들과 관세,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같이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역시 지난 19일 자동차 대미수출량이 많고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전략을 배워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하자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SEUSKCC)가 지난 12일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트레이닝센터에서 연말 갈라를 개최했다. 스튜어트 카운테스 기아 조지아 법인장을 비롯해 SK에코플랜트,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HL만도, 상신 테크놀로지 등 20여곳 한국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인력 조달
대내 최대 리스크로는 인력 조달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가 내년 연산 30만대 규모로 가동되며, SK온의 포드 합작 공장, 한화큐셀의 태양광 생산단지 솔라 허브 모두 올해 조지아에서 완공을 앞두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난 9월 조지아 월드 콩그레스 센터(GWCC)에서 열린 산업인력 컨퍼런스에서 “주내 기업 환경을 살펴보면 일자리 3곳당 사람이 한 명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주 실업률은 3.7%로 최저 수준인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분야는 신 청정에너지 기술체로 숙련 인력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
텍사스주의 기업법 전문 이설로펌의 이설 변호사는 “제조업 특성상 수십 개의 건설, 물류, 부품 등 한국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생태계가 한번 형성되면 관련 서비스 인력 수요가 크게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잭슨-워커 로펌 소속 신상민 변호사는 “한국 기업은 인재 유치뿐 아니라 인재를 잡아두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기업들의 인사 난맥 중 하나인 보복성 해고, 폭력적 언행이 장기적으로 인력 조달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미 무역관 역시 “지난 8월 투자 진출 애로 해소 상담회를 열었을 때 대부분의 이슈가 노조 현황, 인력 소싱방안, 인력 채용 절차, 고용 시 주의 사항, 안전관리 등 노동법과 관련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 신사업 모색
미래 먹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윌슨센터의 트로이 스탠거론 한국센터 국장은 지난 12일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트레이닝센터에서 “자동차 외 조선과 제약 사업 등 신산업 진출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 협력을 주요 화두로 내세운 것을 언급하며 “조지아는 조선 사업의 잠재 후보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전기차(EV) 외에도 새로운 사업 분야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