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후 재발급된 카드조차 해킹된 경우도
#. 직장에서 연말을 맞아 기프트카드를 받은 김 모씨는 잔액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사용 가능한 잔액이 0달러로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 오류가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잔액 세부내역엔 뉴욕 곳곳에 위치한 주유소, 상점 등에서 쓴 흔적이 빼곡했다.
#. 2년 전 일하던 식당에서 기프트카드를 받은 한 남성은 최근 집을 정리하다 기프트카드를 발견했다. 유효기간이 10년이라 지금부터라도 사용하려 했지만 이미 잔액은 해킹으로 털린 뒤였다. 급하게 카드사에 신고하니 상담사는 “구입한 사람의 이름과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지난 데다 선물을 해 준 분에게 잔액이 없다고 연락하기도 민망해 포기했다”고 전했다.
해킹 사기를 당한 기프트카드 잔액 체크 화면. 500달러 기프트카드를 받았지만, 잔액을 체크해 본 결과 주유소 등에서 이미 사용하고 잔액이 0달러로 나와있다.
연말연시에 기프트카드를 선물이 빈번한 가운데, 충전된 잔액을 빼돌리는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드럭스토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기프트카드가 쉽게 해킹됐지만, 최근엔 기업이나 개인이 대량으로 카드사에서 구매한 선불카드도 해킹된 채 발견되는 경우가 잦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서 기프트카드 사기로 인한 피해는 4만8800건 발생했고 그 피해액은 2억2800만 달러가 넘는다. 전국은퇴자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성인 소비자 중 26%는 잔액이 없는 기프트카드를 선물했거나 받은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카드사에선 이렇다 할 해결책이나 확실한 대응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한인 업체에선 몇 년째 수십장의 기프트카드 해킹이 발견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카드사에 연락해 하나씩 처리하고 있다. 담당자는 “매년 20~30장씩 잔액이 없거나 줄어든 카드가 발견됐고, 전체 구매량 중 절반은 해킹됐다”고 전했다. 해킹된 카드를 신고하더라도, 카드사의 리뷰 절차를 거쳐 새 카드를 보내주기까진 6개월이나 걸린다. 새롭게 보내 준 선불카드조차 해킹된 경우도 있었다.
주먹구구식 카드사의 대응에 소비자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소비자들이 기프트카드 해킹 사고를 신고하면 상담사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다르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기프트카드 사기 피해자는 “아멕스카드 측에 전화를 걸었으나 처음 전화를 받은 상담사는 직접 구매한 정보가 있어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다시 전화를 거니 다른 상담사는 그냥 다시 카드 잔액을 채워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프트카드 잔액 사기를 발견하면 즉시 카드 뒷면에 있는 고객서비스 번호로 연락하고, 환불이나 재충전을 거부하면 FTC 신고 센터(ReportFraud.ftc.gov)로 연락할 것을 권했다.
뉴욕지사 김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