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나흘째인 28일 한국이 이틀에 걸친 폭설에 갇혔다.
눈길 교통사고와 고립 신고가 속출했고, 항공기와 여객선 무더기 결항 사태가 빚어지면서 이용객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동해안은 시속 123㎞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이 몰아쳐 정전 등 피해도 속출했다. 설 연휴를 맞아 모처럼 고향길로 향하는 귀성객은 악천후 속에 그저 가슴을 졸이며 발만 동동 굴렀다.
27일 0시부터 이날 오후 8시 현재까지 최심신적설(특정한 기간에 새로 내린 눈이 가장 깊에 쌓였을 때의 높이)은 제주 한라산 사제비 67.2㎝, 충북 진천 45.2㎝, 횡성 안흥 35.2㎝, 경북 봉화 석포 30.8㎝, 경기 안성 26.6㎝, 서울 관악 16㎝ 등이다. 기상청은 오는 29일까지 충청과 전라권에는 많은 곳 15㎝ 이상, 제주 산간 5∼15㎝, 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산지 1∼5㎝의 눈이 더 올 것으로 내다봤다.
설 전날인 28일 대설 경보가 발효 중인 경기도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IC 부근에서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전국의 산간 도로와 항로, 항공편 등은 폭설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귀성객과 이용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제주 산간의 누적 적설량이 130㎝에 육박하는 가운데 산간 도로의 차량 운행은 전면 통제 중이다. 전남 구례 노고단, 진도 두목재, 화순 돗재와 삭재, 목포 다부재 등 전남 고갯길 5개 구간의 차량 통행도 막혀있다. 이밖에 충남 4곳 등 23곳에서 차량 운행이 중단됐다. 전북 군산∼선유도 등 5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멈췄고 어선 3천65척이 대피했다. 전남도 도서 지역을 오가는 43개 항로 여객선 59척의 운항이 중단돼 귀성객의 발을 묶었다.
인천 역시 이틀째 14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돼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가려는 섬 귀성객들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앞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이날 하루에만 4천500명이 연안여객선을 타고 인천과 섬을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기 무더기 결항으로 하늘길 수송 계획도 틀어졌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항공기 41편과 여객선 70개 항로·91척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수도권과 강원 북부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린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운항 안내 전광판에 지연 문구가 표시돼 있다.
강원 동해안 최대 순간풍속이 태풍급에 맞먹는 강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강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 32분께 동해시 천곡동 감추사 인근 해안도로에서 현수막이 변압기에 감겼다. 이로 인해 변압기가 파손돼 이 일대 1290여가구가 일시 정전됐다.
오전 11시 19분께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에서는 바람이 불어 날아는 물건이 전선을 덮쳐 이 일대 50여가구의 전기공급이 4시간 20분가량 끊겼다. 동해안 6개 시군에서는 가로수나 입간판이 쓰러지거나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의 강풍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최대순간풍속은 미시령 123.1㎞/h, 설악산 99㎞/h, 정선 사북 88.6㎞/h, 삼척 신기 78.8㎞/h, 대관령 76.3㎞/h, 동해 97.9㎞/h, 강릉 주문진 87.5㎞/h, 속초 81.7㎞/h 등을 기록했다.
또한 폭설로 북한산·무등산·지리산 등 20개 국립공원·526개 구간의 출입이 통제됐다. 한라산 탐방로도 출입이 통제됐으며, 설악산 등 강원권 국립공원도 이틀째 전면 통제 중이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는 제설 장비와 인력, 제설제 등 가용 자원을 모두 투입해 제설작업에 안간힘을 기울였다. 전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