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이곳에 와서 십년 넘게 사는 동안 가까이 지내는 분들 중에 치매에 걸린 분이 여러분이다. 우린 다 전쟁을 겪었고, 보릿고개도 넘었고, 말 다르고 낯선 미국에 와서 자녀들 키우고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이제 은퇴하고 여유롭게 살만 하니 치매가 걸리다니, 한 편 억울하고 안타깝다. 한 통계에 의하면 2024년 미국 사람들 중에 85세 이상의 인구의 33.4%가 치매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금년에 치매 인구가 100만 명이 넘을 거라는 보도도 있었다.
나도 85세가 넘으니 가끔 사람 얼굴은 생각 나는데 ‘이름이 뭐드라?’ ‘차 열쇠가 어디 있지?’ ‘지갑이 어디 있지?’ 하고 되묻거나 방문했던 곳의 이름과 사소한 사건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치매 시작 같아 겁난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구글에서 찾아보았더니, 여러가지 방법 중에 글을 읽는 것이 한 예방 방법이라고 한다.
110살이라는 할머니가 TV에서 인터뷰를 한다. 110살이라고 하는데, 말 소리가 또렷하다. 에디스 스미스 라는 흑인 할머니다. 그 할머니가 아직까지 인지 기능이 좋고 치매에 안 걸리고 오래 사는 비결은 독서라고 한다. 그 나이에 아직도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을 읽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한다.
백 살이 넘었어도 똑똑한 분들 중에 김형석 교수가 있다. 그는 1920년생인데, 2025년이면 105세이다. 그는 지금도 치매기가 없고 말 소리가 또렷하고, 가끔 강연도 하고, 책도 쓰신다. 강연이나 책 쓰는 일을 하려면 자료를 읽고 수집하여야 한다.
80이 넘어서도 신문, 잡지, 책들을 읽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인지기능이 좋고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 보고를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UCI) 노화 연구팀과 텍사스 A&M대학 공중 보건 학부에서도 발 표했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무료 신문들이 이곳 한인들에게 글을 읽을 기회를 늘리는 것은 치매예방에도 공헌하는 일이 된다.
한 연구에서는 십자 말 퍼즐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독서가 십자 말 퍼즐 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읽은 줄거리나 핵심을 이해하고 사건을 연결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쓰기 때문에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일 1시간씩 책, 신문, 잡지 등을 읽거나 직접 일기나 글을 쓰는 활동을 하면 치매 걸릴 확률을 20%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독서의 효과를 이미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는 기대할 수 없고, 치매 전에 실행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형석 교수는 늙어서도 자신의 건전한 인지 기능과 건강 비결을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일이란 읽고 쓰고 강연하는 것이다. 그는 은퇴하고 나서도 열심히 일을 한다고, 일이 그를 건강하고 장수하게 만든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면, 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가 먹는 아침 식사는 우유 반잔, 호박 죽 반 잔, 계란 반숙 한 개, 샐러드, 토스트 한쪽이나 찐 감자 한 개, 과일, 그리고 커피라고 한다. 생선이나 고기를 점심과 저녁에 교체해서 먹어 흰자질을 보충하고, 늙어가면서 소식은 자연스럽게 되더라고 한다.
그는 50세가 넘어서야 운동을 해야 할 필요를 느껴서, 매일 20-30분 수영을 한다고 한다. 수영을 하면 피곤이 쌓이는 게 아니라 피곤이 풀린다고 한다. 여행할 때도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고른다고 한다. 노년엔 넘어지면 큰 일이라고 모두들 단층으로 옮기는데, 그분은 전부터 살던 2충에 살며 층계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운동이라고 한다. 과한 운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은 사람이 오래 산다고 그는 말한다.
인터넷에서 치매 예방 방법을 찾아보면 독서 외에도 여러 방법들이 있다: 가공 식품을 최소화하고 채식위주 음식을 취하라, 붉은 고기를 줄이고 생선과 식물성 흰자질을 취하라,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라, 예방 접종을 하라,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하고 고독을 피하라, 귀가 안 들리면 사람들과 멀어지니 보청기를 사용하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라, 잠을 잘 자도록 노력하라, 담배와 술을 끊어라, 작고 큰 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일을 계속 하라.
나도 늙어가면서 책을 계속 읽으려 한다. 노벨문학 상을 받은 작가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문학이란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행위이고, 어떤 상황이 생길 때 노력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한다” 고 말 했다. 나도 책을 계속 읽으며, 새로운 것도 배우고 인지기능을 계속 쓰면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