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족 정보 제공 금지…입원실은 사유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교회, 학교, 병원 등 ‘민감 구역’ 내 불법이민자 단속이 늘자 어린이 병원까지 이민당국 대응 지침을 냈다.
31일 지역매체 폭스5 뉴스에 따르면 애틀랜타 아동병원은 전 직원에게 이민세관단속국(ICE) 대응 지침을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병원 측은 “ICE 요원이 예고없이 방문할 경우 침착하게 원내 경비원에게 단속 사실을 알리고 환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선 안된다”고 안내했다.
국토안보부(DHS)는 ICE 요원이 학교, 교회, 병원, 복지 기관 등에서 단속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병원의 경우, 공공장소로 여겨지는 출입문, 대기실 등이 아닌 입원실, 진료기록실, 검사실 등은 사유지로 인정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들어갈 수 없다. 비영리 단체인 전국이민법센터(NILC)는 “대중 출입이 자유로운 공공 구역이라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류 신분을 불심 검문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의료종사자들은 병원 내 이민단속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발 데사이 에모리의대 교수는 애틀랜타 저널(AJC) 기고문에서 “수감자가 병원에 응급 이송되거나 환자에 체포 영장이 발부돼 지역경찰에 넘기는 상황은 익숙하다. 하지만 ICE 요원이 병원에서 정보를 캐내는 상황은 단연코 상상해본 적 없다”며 비난했다. 그는 “퇴원 후에도 자택 요양을 며칠 또는 몇주간 이어가야 하는 환자들을 체포해 가두는 조치는 비인도적이며 의료종사자들에게 ICE 업무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공공의료 프로토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서류미비자들이 치료를 꺼리게 되면 사회 전체의 전염성 질환 위험이 커지는 문제점도 있다. 이미 병원 방문을 둘러싼 두려움은 가시화됐다. 지난 25일 페이스북,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래이디 아동병원 입구에 ICE 업무 수행 차량이 주차돼 있는 사진이 퍼지며 “어린이 환자가 이민국에 체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이 나돌았다. 병원 측은 성명을 내고 “ICE가 보호 중인 아동을 치료차 병원에 이송한 것일 뿐, 불체자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