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차 LA나 뉴욕 한인타운을 가보면 대도시답게 살기 좋지만 한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 바로 공원이다. 회색 콘크리트로 가득찬 대도시에는 겉보기엔 살기 편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도시에는 마음 편하게 산책, 조깅하거나 풀냄새를 맡을 수 있는 시원한 공원이 부족하다. ‘도시의 품격은 공원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LA 한인타운의 공원 부족은 필자만의 인상은 아니다. 공공토지신탁(TPL)이 지난해 발표한 공원 점수(Park Score) 보고서에 따르면, LA는 미국 100대 대도시 가운데 공원 시스템 순위 88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2020년 49위에서 39계단이나 추락한 이 결과는 단순한 순위의 하락이 아닌, 도시의 삶의 질과 사회적 형평성이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현대 도시에서 공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원은 신체 활동 증진과 정신건강 개선은 물론, 폭염 완화와 대기질 개선까지 담당하는 ‘도시의 허파이자 심장’이다. UCLA 존 크리스텐슨 부교수는“공원이 가까울수록 신체 활동 증가, 정신건강 개선, 폭염 완화, 대기질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LA의 현실은 암울하다. 시민 37%가 도보 10분 거리에 공원이 없는 지역에 산다. 이 비율은 저소득층 지역에서 73%, 유색인종 거주지역에서 66%까지 치솟는다. 공원이 도시의 불평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된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공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열섬 현상이 심하고 실업률 상승, 주거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LA시의 공원 예산을 30년간 책임져 온 ‘프로포지션 K’가 내년에 종료된다는 점이다. 연간 2500만 달러의 안정적 재원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LA시는 이제 첨단 기술과 데이터 분석을 동원한 혁신적인 공원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LA 시 레크레이션 및 공원국의 지미 김(Jimmy Kim) 국장은 “한국어 등 다국어 공청회와 커뮤니티 파트너십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며 “LA가 구축하는 데이터 기반의 평가 시스템과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 방식은 향후 다른 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애틀랜타는 풍부한 자연과 숲, 훌륭한 녹지를 갖춘 공원을 손쉽게 찾아볼수 있다. 많은 한인들이 LA, 뉴욕에서 애틀랜타로 이주하는 이유도 이중 하나일 것이다.
공원은 도시의 거울이다. 그곳에는 도시의 철학과 가치관, 시민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공원의 형평성 있는 분배와 효율적 운영은 모든 도시의 공통 과제다. 미국내 다른 한인타운들도 LA와 같이 공원 수요조사와 조성이라는 혁신적 시도를 따르기를 기원한다. 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도시 재생과 사회 통합의 촉매제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