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요즘 주말이면 도심은 집회나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천막 농성이나 단식투쟁도 벌어진다. 광화문, 세종로, 여의도, 헌법재판소, 법원 앞은 교통지옥이 된다. 광장에는 피킷과 플래카드, 구호가 난무한다. 고성능 확성기로 외치는 구호는 귀청을 찢는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을 정도로 소란스럽다.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위나 집회는 도로, 광장, 공원 등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자기들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자, 약자, 소수단체가 자기들의 권익을 위해 집회나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요즘 우리사회의 시위나 집회는 약자의 권익 실현이 아니라 정치적 갈등과 이념대립 때문에 벌어진다. 보수 진보 좌파 우파 나뉘어져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주장에서만 끝나지 않고, 상대 진영을 악마화한다. 상대 진영의 말은 들으려고도 않고 증오한다.
우리사회는 심리적 내전 상태다. 진영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중간에서 화해시키거나 통합하려는 시도가 없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갈등을 부추겨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골몰한다. 다음번 선거를 위해 지지층을 끌어 모으는 데만 관심을 쏟는다. 이를 비판하고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할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도 마찬가지다. 불편부당, 공명정대라는 말은 사라지고 편향된 보도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또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유튜브, SNS는 통제되지 않은 개인 언론으로 한술 더 뜬다. 조회수를 늘려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이나 허위 사실도 예사로 전한다.
우리 사회는 요즘 뜻이 맞는 사람들만 만나는 경향이 있다. 상대진영을 욕하는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신문도 방송도, 유튜브도 모두 자기 진영에 호의적인 쪽만 보고 듣는다. 모두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뛴다. 다른 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점점 확증편향(確證偏向)이 심화된다. 즉, ‘자신의 견해 내지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이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이런 확증편향에 빠지면 빠질수록 심리적 내전 상태도 심화된다. 좌우대결, 여야대결. 지역갈등, 젠더갈등, 세대갈등은 갈수록 증폭된다. 분열의 악순환이 미디어나 정치인들을 통해 확대재생산 된다.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과 상업주의에 빠진 언론, SNS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들에게 놀아난 우리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국민 수준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부터 이런 갈등 해소에 앞장서자. 상대 진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자. 보수는 진보, 진보는 보수 언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보고 판단하자. 절대적 진리는 없다. 어느 과일이, 어느 음식이 더 맛있는가는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다를 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이석구 / 전 언론인·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