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공포심 조장→자진 출국’ 유도 분석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차별 이민 단속이 이어지자 두려움 속에서 살기 싫다며 자신 출국하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6년 전 미국에 불법 입국해 귀넷 카운티에 살다가 올해 과테말라로 돌아간 아타울포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추방되지 않았으나, 이민 단속으로 일상생활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선택했다고 그의 변호사 스테이시 에리스먼을 통해 전했다.
아타울포씨는 “밖에 나갈 때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매 순간 잡힐까 봐 정말 두렵고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아타울포씨와 같은 ‘자진 출국’이 이민 당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민자 검거, 구금, 추방 등을 아우르는 모든 과정에 인력과 자원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당국이 공포심을 조장해 더 많은 이민자가 자발적으로 미국을 뜨게 하려 한다고 본다.
가령 국토안보부의 광고 캠페인은 불법체류자들에게 “지금 떠나지 않으면 당신을 찾아내 추방하고 당신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면서 “지금 떠나면 돌아올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발적 출국을 부추긴다.
크리스틴 설리번 애틀랜타 ICE(이민세관단속국) 국장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자발적 추방이 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자진 추방을 장려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나가면 여러분을 체포하거나 가족이나 친지들을 체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당국은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 당시 합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이민자 수십만명에게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AJC는 보도했다. 사실상 합법적으로 취득한 소셜시큐리티번호를 취소하고, 미국에서 일할 자격을 박탈하며, 은행계좌 등을 차단하고 있다.
합법적 신분이 없는 부모를 둔 자녀들도 학교 단속에 대비하고 있다. 이른바 ‘민감한 장소’는 이민 단속의 표적이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교회, 학교 등도 안전하지 않다. 에리스먼 변호사는 학생들에게 “엄마가 집에 있다고 ICE에 말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친다며 “트럼프는 공포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리스먼 변호사에 따르면 자진 추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은 비교적 최근에 미국에 도착해 아직 아이가 없는 젊은 이민자들이다. 반면 니카라과 출신의 한 이민자는 모국 정부가 여권을 취소하고 시민권을 박탈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에리스먼 변호사는 덧붙였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