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나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서 오는 증상들 중에 일부를 알았고, 나름으로 치유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처음에 스콭-팩의 책 The Road Less Traveled 를 읽을 때 끌리고 도움을 받는 느낌이었다. 몇 십 년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어 책 겉 뚜껑이 너덜거려 새 책을 살까 한다.
스콭-팩이 말하는 기적 같은 우연 (Miracle of Serendipity) 은 은혜라는 단원 아래 여러 토픽 중에 하나다. 기적 같은 우연, 누구나 다 경험하지만, 찾아보지 않으면 감사의 느낌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다음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환자 중에 지식으로 무장한 방어기제의 벽이 높아 상담이 어려운 여자가 있었다. 상담 중에 그 여자가 전 날 밤 꿈에 황금 풍뎅이를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황금 풍뎅이를 말 할 때, 상담실 창문에서 소리가 났다. 안으로 들어 오려는 풍뎅이 날개 소리였다. 그가 창문을 열고 그 풍뎅이를 손으로 잡아보니 황금색이었다. 그 황금색 풍뎅이를 환자에게 주었다. 기적처럼, 황금풍뎅이가 그 환자의 방어기제의 벽을 허물어 치유로 인도했다.
스콭-팩이 The Road Less Traveled 을 집필 할 때, 한 대목에서 실마리를 잃고 방황했다. 엉뚱하고 예상 못한 한 친구의 부인이 책 한 권을 주었다. 달가워하지도 않고 귀찮게 여겼던 책에서, 잃었던 실마리를 찾아 책을 썼던 일도 기적 같은 우연의 은혜라고 한다.
나에게도 기대하지도 않은 기적 같은 은혜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와, 분명하다. 너무 많다. 기적처럼 우연히 찾아온 은혜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스콭-팩의 말이 맞다.
1972년 내가 공부하는 미국 대학에 한국에서 문교부 프로잭트의 자료 수집 차 두 분이 오셨다. 우연하게도 두 분은 나의 한국에서 석사과정 교수님들이었다. 한국의 은사님들이 다녀간 후에 주임교수님이 박사과정으로 들어가는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미국에서 다시 석사학위 하지 않고 바로 박사과정을 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절차를 밟아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삼 년 만에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학위 마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생각도 못 했는데, 같은 해에 박사과정을 마친 미국 친구가 작은 대학으로 가며 같은 대학에 내 분야 교수도 필요하다며 알아보라고 했다. 알아보니 오라고 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미국에 남아 있게 만든 계기였고, 예상 못한 도움이 나를 미국에서 교수생활 하고 은퇴하게 만들었다. 찾아보니 우연처럼 찾아온 다행한 일들이 많고도 많다.
아내에게 새벽에 잠이 깨어 침대에 누운 채 물어 보았다. 우연히 찾아온 은혜,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좋은 일 생긴 경험 있냐고 물어 보았다. 많다고 하기에 한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아내가 말한 기적 같은 행운은 캔자스에 이사 가서 집을 산 이야기였다. 내 직장이 캔자스로 옮겨지자, 전에 살던 집을 팔지 못한 상황에서 새집을 살 엄두도 못하고 동료 교수네 집에 임시로 살았다. 주인이 물던 모기지만 계속 물면 우리 집이 될 수 있는 좋은 집이 있다고, 페니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의 볼링 팀 팀장 페니는 그녀의 남편 병원의 간호사에게서 그 비밀을 들었다고 했다.
알아보니, 영문학 교수였던 집주인이 교통사고로 죽자, 이혼 중이던 그의 아내가 집을 모기지 은행에 맡겨 포기했고, 은행에선 남은 모기지 물 사람이 나서면 타이틀 이전에 드는 비용만 받고 집을 주겠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소유권 이전에 드는 비용만 내니 멋진 벽돌집이 우리의 소유가 되었다. 은행에서 돌아오던 차 속에서 바라보던 해바라기 꽃들, 지평선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들판이 천국의 들판 같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 신전 입구처럼 하얀 기둥 둘이 집 출입문 앞에 선 이층벽돌 집, 그 집에서 우리 가족들은 행복했고 바라는 일들을 이루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일, 아들들이 나의 아들로 태어난 일, 기적같이 찾아온 은혜는 우리 결혼생활 50여년 동안 너무나 많다. 은혜 하나를 찾아 감상 할 때마다 우리의 감정이 하나 더 감사로 따뜻해 진다. 독자들도 우연히 생긴 기적 같은 좋은 일들을 찾아보고, 감사하는 일들이 하나씩 늘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