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은 시니어의 여윳 돈을 노린다. 급한 일이 생기면 우선 가족과 상의해라.
한인 시니어들이 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증거나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시니어 대상 사기라고? 우리 한인 시니어들이 바본줄 아냐? 사기를 당하게, 경험도 많은 시니어들이 그럴리 없다”라는 얘기를 오히려 들었다. 맞다. 한인 시니어들이 쉽게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그래도 세상이 어수선하다. 몇가지 사례로 시니어 대상 사기를 알아본다.
연간 사기 피해액 30억달러
AARP 집계론 72가지 유형
사회보장국 “전화 통보 안해”
시니어라고 특별히 사기를 더 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기꾼이 나이나 인종, 피부색, 성별을 고려해 사기를 치겠나. 그런데 사기꾼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아이작 김(72세)씨의 경험담이다. 어느날 집으로 한통의 우편물이 왔다. 무슨 브로셔와 설명서였다. 거기에는 김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는 솔깃한 내용이 있었다. 김씨는 당시 틀니(의치)를 하고 있었는데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해결책을 찾고 있던 차였다.
“틀니 위쪽을 개조해 그 장치를 달면 대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김씨가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병원의 테라피스트들만 안다. 그들은 정부에 보고를 할테고 이로 인해 환자들의 신상정보는 어딘가에 모인다. 김씨는 자신의 정보 유출을 괴념치 않았다. 브로셔에 따르면 첨단 제품이라 정부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김씨는 단 한푼도 내지 않는다고 설명돼 있었다.
김씨는 ‘밑져야 본전’이지만 잘되면 어려움을 해소하게 되니 서명을 하고 틀니를 그 업체에 수신자 부담의 우편으로 보냈다. 며칠 후 개조된 틀니는 왔다. 그런데 브로셔와 달리 어딘지 불편했다. 효과도 크지 않았다. 속았다 싶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태다. 김씨의 경우, 본인은 1달러도 내지 않았기에 넘어갔다. 물론, 며칠후 치과에 가서 틀니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수 개월후 정부의 의료혜택을 관장하는 부서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돈을 내라는 것도 누군가 잘못했다는 얘기도 없었지만 신기술로 틀니를 개조해 줬던 그 업체가 수천달러를 청구했고 정부는 모두 지불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가 손해 본 것은 없다.
많지 않은 경우지만 실제 한인타운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사기를 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제품이 신통치 않았을 뿐이다. 누가 누구하고 협조해 정부 돈을 타먹었는지 알 수 없다.
의도하거나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시니어들은 좋은 마케팅 대상이다. 시니어들은 “우리가 얼마나 세상 경험이 많은데 사기를 당하겠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프로’ 사기꾼들에게 소비자는 항상 약자이며 먹잇감이다. 일단 시니어들은 돈이 많다. 은퇴자금이나 연금도 있고 소셜연금도 받고 그렇지 않더라도 SSI를 받는다. 자녀 교육비 부담 등도 없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이런 점을 프로들은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아이작 김씨 경우처럼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므로 클레임을 하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본인이 서명했기에 사기라고 인정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시니어가 먹잇감인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사기를 당해도 하소연을 하거나 어떤 경우든 끝까지 쫓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니어 대상 사기 피해액은 매년 30억달러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전국은퇴자협회(AARP)의 자료에 의하면, 시니어를 상대로 한 사기의 종류가 무려 72가지나 된다. 오죽하면 시니어 대상 마케팅 사기를 금지하는 법(the Senior Citizens Against Marketing Scams Act of 1994)까지 있다. 언론에 밝혀진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잡지 구독= 잡지사 직원으로 위장해 구독료 인하해준다며 접근해 15만명에 3억 달러의 금전 피해를 일으켰다.
▶로토사기= 파크 등에서 혼자 앉아 있는 60~80대 여성에게 접근해 자신은 체류신분 문제로 당첨된 복권을 못찾고 있으나 받으면 줄터이니 현금을 빌려달라고 제안한다. 복권국 직원도 사칭했다. 3년동안 16명이 속아 피해액이 19만 달러다.
▶가짜 금괴 판매= 80세 시니어에게 접근해 자신은 신분문제로 8000달러짜리 금괴를 팔 수 없으니 4000달러에 사라고 유인해 현금을 사취했다.
▶소셜연금 사기= 중국어와 한국어로도 전화를 걸어온다. 사회보장국으로 가장해 소셜번호와 인적사항을 묻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요구한다. 사기로 의심하면 연금이 중단되거나 FBI의 수사대상이 된다고 협박한다.
사회보장국에서 밝힌 직원이 하지 않는 일은 다음과 같다.
-소셜번호가 정지됐다는 전화·방문 통보 -즉각적인 페이먼트 및 송금 요구 -크레딧·데빗 카드 번호 요구 -기프트카드로 페이먼트 요구 -재심 요청 기회없는 페이먼트 요구 -수혜액 인상 또는 승인을 위한 돈 요구 등이다.
▶밀린 유틸리티비용 사기= 로보콜 등으로 밀린 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와 수도서비스가 중단된다고 협박한다.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일정액의 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라고 다그친다. DWP는 전화로 수도 및 전기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고 밝힌 바 있다.
▶특효약 사기=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만난 시니어들에게 당뇨나 고혈압에 즉효라는 만병통치약을 소개한다. 바람잡이 시니어가 효능을 봤다고 하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그렇게 대단한 약이 있다면 길에서 팔지 않아도 잘 팔린다.
▶금광투자 사기= 금광 채굴 수익을 미끼로 거액을 뜯는다. 샘플을 보여주며 투자자를 모은다.
▶국세청 사칭 사기= 사기범들은 대부분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밀린 세금이 남아있는데 액수가 크지 않다고 말하고 당장 입금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한다. 특히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 소수계 노인들에게 중국어, 베트남어, 스패니시 등으로 접근한다. ▶손주 납치 위협 사기 등이 있다.
프로 사기꾼들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시니어로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평소부터 다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세상에 나만 특별하게 잘 되는 일은 없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라는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돈을 빼가는 것이라 개인적인 손해가 없다고 시니어에게 사기치는 이런 사기꾼들을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그 손해는 결국 시니어들과 우리 후손들이 지게 될 것이다.
사기 안당하려면…항상 가족과 상의해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사기중 가장 진보한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이다. 한국에서는 중국 등에서 걸려오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많은데 미국에서도 심신이 미약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다양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해서 범인들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등과 상의하고 생각한 뒤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신상 및 금융) 철저히 보호하고 ▶긴급 상황에서는 전화 끊고 생각해보고 ▶은행 등 금융계좌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고 ▶크레딧 점검(Annual Credit Report.Com)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