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해온 투표권 확대 법안이 결국 좌초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1월 20일) 바로 전날 밤에 일어난 일이다. 게다가 이 법은 지난해 타계한 조지아주의 존 루이스 하원의원(John R. Lewis)의 이름을 딴 ‘John R. Lewis Act’였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안’은 최소 15일간 사전 투표를 진행하고 우편투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며,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지난 1965년에 제정된 투표권법(1965 Voting Right Act)의 여러 보호 조치를 되살리는 내용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마틴 루터 킹 데이’에 애틀랜타를 방문해 킹 목사의 유가족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갖는 등 등 이 법안의 통과에 노력해왔다.
이 법안이 중요한 것은 한인을 비롯해 흑인 등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투표 참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 더 나아가 2024년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법안의 통과가 좌초됨에 따라 민주당의 계획은 좌절됐다. 민주당은 법안 재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원에서 필리버스터 규정이 살아있는 한 공화당의 반대를 뚫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뉴욕대 로스쿨 브레넌 정의센터의 션 모랄레스 도일 부소장은 “존 루이스 투표법은 투표권을 보장하고 유색인종 투표자의 투표를 쉽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우편투표제를 확대한 2020년 유색인종의 투표참여가 확대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넌 정의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조지아주를 비롯한 19개 주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 39개가 발의된 상태다. 예를 들어 조지아 주의회에서는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금지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금방 폐기됐다. 미국 연방법 및 조지아주 헌법에 이미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선거결과를 왜곡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전형적안 포퓰리즘 법안이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의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도 이민자와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의 시민운동가 찰스 만은 “유권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죽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남부 사회정의연대의 투표권 운동가 미첼 브라운은 “새로운 선거구 재조정 결과는 아시아계, 흑인, 라티노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투표를 못한다면 시민권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단체는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선거구 재조정안의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 그는 2월 2일 주대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다. 텍사스주 중국인회(OCA)의 데보라 첸 변호사도 선거구 재조정 기간 중에 아시아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거의 해를 맞이해 애틀랜타 한인타운에도 친한파 인사들이 잇달아 출마 및 재선 선언에 나서고 있다. 우리 한인들도 최근 진행되는 선거구 재조정 및 투표권 법에 관심을 갖고 오는 5월 예비선거와 11월 중간선거에 한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