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0개 주로 되어 있다. 주(州)는 영어로 스테이트(State), 즉 국가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최초 13개 다른 나라(스테이트)가 모여 함께 세운 합중국(合衆國, United States of America)이 미국이라는 말이다.
미국이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이전까지 13개 주는 모두 영국의 개별 식민지였다.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에 이미 북미 지역엔 먼저 도착한 유럽인도 많았다. 16세기에 시작된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 경쟁으로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페인 사람들은 물론 프랑스, 러시아 사람들까지 신대륙을 휘젓고 다녔기 때문이다.
1588년 영국함대가 그 이전까지 해상을 장악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상황은 달라졌다. 대서양 제해권을 확보한 영국은 뒤늦게 신대륙 개척에 나섰다. 영국의 식민지 개척은 다른 유럽 열강들과는 많이 달랐다. 프랑스나 스페인은 왕실의 부를 키우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 적극 식민지 개척에 나선 경우라면 영국은 처음부터 민간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그 필요란 곧 종교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 그리고 경제적 자립이었다.
영국의 신대륙 개척 중심은 버지니아 컴퍼니, 매사추세츠 베이 컴퍼니, 허드슨 베이 컴퍼니 같은 합자회사(Joint-stock company)였다. 이들은 별다른 정부 도움 없이 개인 투자자들을 모집해 신대륙으로 보냈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들 회사가 개척에 성공하면 그곳을 식민지로 선포하고 허가장만 발급해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첫 시작은 앞서 서술한대로 1607년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이었다. 이후 1732년 마지막으로 조지아 식민지 설립까지 100여년에 걸쳐 13개 식민지가 세워졌다. 13개 식민지는 지리적 위치에 따라 크게 북부, 중부, 남부 세 지역으로 나뉜다.
북부는 뉴잉글랜드라 불린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등 4개 식민지였다. 1620년 플리머스에 상륙한 필그림(Pilgrims)과 퓨리턴(Puritan) 등 영국계 청교도가 주류였다. 이들은 종교적으로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풍부한 목재를 이용한 임업과 어업, 조선업 등을 발달시켜 나갔다.
중부 식민지는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등 4곳이었다. 이곳에선 밀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재배와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 영국과의 무역도 활발했다. 북부와 달리 종교적으로도 관대했다. 퀘이커, 가톨릭, 루터교회 신자는 물론 유대인들까지 중부로 몰려들었다.
뉴욕은 1620년대 네덜란드가 먼저 뉴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척한 식민지였지만 얼마 뒤 영국 차지가 되었다. 당시 영국 국왕 찰스 2세(재위 1660~1685)는 동생 요크 공작에게 이 지역을 주면서 이름도 뉴욕(New York)으로 바꾸었다. 뉴욕이 오늘날 어떤 지역보다 다문화적이고 개방적이 된 것은 원래 네덜란드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어우러져 살고 있었던 점과도 무관치 않다.
중부의 또 다른 중심 펜실베이니아는 국왕 찰스 2세가 델라웨어강 서쪽 지역을 윌리엄 펜(William Penn)이라는 퀘이커 교도에게 하사함으로써 생겨났다. 펜실베이니아라는 이름은 윌리엄 펜과 ‘숲속 땅’이라는 실베이니아(Sylvania)가 합쳐진 것이다.
남부 식민지는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를 말한다. 이 지역 대부분 비옥한 토질을 바탕으로 플랜테이션 형태의 대규모 농장이 발달하면서 처음부터 아프리카 흑인 노예에 의한 노동력 충원이 일반화되고 있었다.
메릴랜드는 당시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어머니이자 아버지 찰스 1세의 왕비였던 헨리에타 마리아(Henrietta Maria)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캐롤라이나는 ‘찰스’의 라틴어 칼로루스(Carolus)에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버지니아 이남에서 플로리다 이북까지 아우르는 넓은 영역이었는데 1729년에 남북으로 분리됐다. 맨 마지막으로 13번째 식민지가 된 조지아는 스페인령 플로리다와 캐롤라이나 사이 완충지역으로 있다가 1732년 제임스 오글소프(James Oglethrope)라는 사람에 의해 설립됐다. 조지아라는 이름은 당시 영국 국왕 조지 2세(재위 1727~1760) 이름에서 유래했다.
#13개 식민지는 모국이 영국이라는 것 말고는 일치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사실상 다른 나라였다. 이주민들의 출신 배경부터 달랐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신대륙으로 건너왔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관습과 문화, 지역 정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북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주로 정통 영국인들로 청교도들이 주축이었다. 남부로 건너온 사람들은 북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등 영국 북부 출신이 많았다. 펜실베이니아 등 중부에 자리잡은 사람은 잉글랜드 중북부 출신이나 독일계 사람들로 퀘이커 교도나 가톨릭 교인들이 중심이 되었다.
훗날 영국과의 독립 전쟁 때도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싸우긴 했지만 그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각 13개 식민지는 영국과의 독립전쟁 때 뿐 아니라 독립 이후에도 하나의 독립국가로 자치권을 유지하며 독자적으로 행동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는 13개주 연합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던 1976년 7월 4일(독립기념일이다)에 앞서 두 달이나 먼저 독자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었다.
독립전쟁 중에도 버지니아는 프랑스와 단독으로 동맹을 맺기까지 했다. 독립전쟁 승리를 확인하는 영국과의 파리조약에서도 13개 식민지 대표들은 각기 따로 서명했다. 영국 입장에서도 개별 식민지의 독립을 인정했지 미국이라는 전체를 하나의 국가로 독립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13개 식민지는 독립 전쟁 승리 후 1781년 3월 1일 비준된 연합규약에 의해 13개 주(state)가 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각 주는 대부분의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고 연방은 그야말로 느슨한 조합 형태일 뿐이었다. 이렇게 이질적인 13개 주가 결국 하나의 나라, 합중국이 된 것은 그 자체로 미국 역사의 기적이었다.<계속>
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 lee.jongho@koreadaily.com
시민권 시험 문제 풀이
Q 처음 13개 주가 있었다. 그 중 3개만 말해 보라. (There were 13 original states. Name Three.)
A 동부 연안에 있던 13개 영국 식민지가 본국과의 독립 전쟁에 이기고 미국의 최초 13개 주가 되었다. 북쪽에서부터 아래로 다음과 같다. ▶뉴햄프셔(New Hampshire)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코네티컷(Connecticut) ▶뉴욕(New York) ▶뉴저지(New Jersey)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델라웨어(Delaware) ▶매릴랜드(Maryland) ▶버지니아(Virginia)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조지아(Geor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