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앨라배마 등 남부 주의 선거구 재조정 관련해 법적 판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란 10년에 한번씩 미국의 모든 인구가 동등한 비율의 대표자(연방하원의원, 주상하원의원, 시장, 교육위원)를 가질 수 있도록 선거구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당은 현직 및 자기 정파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게 선거구 지도를 왜곡하곤 하는데 이것을 개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부른다. 미국 역사를 보면 다수당은 특히 소수민족 및 이민자들에게 불리하게 선거구를 그리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2021년에 전국적으로 시행된 선거구 재조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조지아, 앨라배마주가 선거구 재조정을 확정하자, 민주당 및 이민단체에서는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선거구가 정해졌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중 앨라배마의 일부 단체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연방대법원이 지난 8일 의미있는 입장을 내놓았다.
소송의 경과는 이러하다. 앨라배마 주의회가 선거구 재조정안을 확정한 직후 일부 이민단체는 소송을 제기했다. 새로운 선거구가 연방선거권법(Voting Rights Act)을 따르지 않고 일부 인종 및 지역을 차별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구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injunction)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허가했다. 그러자 반대파는 미국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에 항소했고, 연방대법원은 지난 8일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을 뒤집고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는 것은 새로운 선거구 재조정안이 오는 5월 예비선거에 적용되느냐 여부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새 선거구 대신 옛 선거구대로 선거가 시행된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가처분 신청 인용을 뒤집어 버림에 따라 오는 5월 예비선거와 11월 본선거에는 새로운 선거구대로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일단 선거가 치러지면 그 결과를 뒤집기는 매우 힘들고, 결과적으로 올해 선거가 공화당에 유리해지고 민주당에 불리해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에 따라 유사한 소송이 진행중인 조지아주 역시 공화당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유색인종권리진흥단체(NAACP) 법률변호 교육재단의 선거구 재조정 프로젝트 매니저인 스튜어트 나이파는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이 소수자의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고, 특히 이민자의 투표권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흑인은 앨라배마주 인구 27%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내 선거구 가운데 흑인이 다수인 선거구는 7지역구밖에 없다. 따라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흑인들이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미국시민연방(ACLU)의 줄리 에벤스타인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현역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며, 선거 승리 프리패스(free pass for one election)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앨라배마주 선거구에 이어 조지아주 역시 선거구 재조정에 대한 법정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 한인들도 한인타운 및 조지아주 선거구 관련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번 선거에 한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