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한국 대중문화 열풍) 바람을 탄 ‘K-푸드’의 위세가 심상찮다. 만두‧라면‧과자 등 한국 먹거리가 해외에서 잘 팔린다. 외국인이 한국 라면을 먹으며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하고 제사상에 한국 과자를 놓기도 한다.
위세에 힘입어 먹거리 수출액은 역대 최고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5.1% 증가한 113억6000만 달러다.
한국 음식이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김치‧불고기‧비빔밥‧갈비 정도였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었다. 현재는 치킨 종주국인 미국에서 치킨을 팔고 빵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빵을 판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K-푸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에서 잘 팔리는 치킨은 ‘황금 올리브 치킨’이다. 2006년 미국에 진출한 제너시스BBQ의 미국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다. 현재 미국 내 BBQ 매장(지난해 9월 기준)은 97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만 27개 매장이 늘었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 5위(2020년 기준)에 들 만큼 현지 반응이 좋다”며 “그간 축적된 현지인 입맛에 맞는 품질과 배달 전략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유에 튀긴 프라이드치킨인 황금 올리브 치킨 외에 양념치킨도 인기다. 꿀‧마늘 양념을 묻힌 허니 갈릭 치킨, 간장 소스를 곁들인 소이 갈릭 치킨을 비롯해 한국식 고추장 양념을 더 한 시크릿 스파이시 치킨, 매운 양념치킨도 잘 팔린다. 곁들이는 음식인 김치볶음밥, 떡볶이도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양념한 치킨을 가장 많이 찾는다. 말레이시아에서 34개 매장(지난 1월 기준)을 매장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매출 1위 메뉴는 믹스(간장+레드) 시리즈다. 통마늘과 발효간장으로 만든 간장 소스를 입힌 간장 치킨과 고추의 매운맛을 살린 매운 치킨을 절반씩 담은 메뉴다.
아카시아 벌꿀을 활용해 ‘단짠’(단맛+짠맛)을 강조한 허니 시리즈가 2위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현지인 특성을 고려해 한마디 단위가 아니라 조각 단위로 판매하고 밥을 중시하는 성향을 고려해 갈릭버터라이스‧김치볶음밥 등 치킨에 곁들일 수 있는 메뉴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현지인 입맛 등 현지 문화 공략
SPC그룹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등 7개국에서 440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빵은 초콜릿 크루아상, 피넛크림 브레드, 뺑드 쇼콜라 같은 메뉴다. 프랑스에서는 트라디시옹 같은 바게트가 잘 팔린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커피가 일상인 미국인은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은 메뉴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크림 도너츠나 토핑이 많이 올라간 조리빵이 인기다. 빵 위에 다진 고기를 얹은 ‘육송빵’은 중국 시장을 공략한 신메뉴다. 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도 조리빵을 많이 찾는다. 비프베이컨 롤, 육송빵, PB클럽샌드위치 같이 한 끼 식사로 즐길 수 있는 메뉴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싱가포르에선 푸딩, 크림 브레드, 케이크, 치즈 타르트 같은 디저트 메뉴가 매출 상위권이다.
김밥 같은 분식도 K-푸드 인기 효자다. 홍콩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쿨푸드 메뉴는 ‘오징어먹물마리’다. 오징어 먹물로 버무린 밥에 오징어 살을 넣어 김으로 말은 제품이다. 불고기를 넣은 ‘불고기마리’가 2위다. 한국 전통 메뉴로 꼽히는 잡채나 김치, 돼지구이를 활용한 인기를 찾는 수요도 많다. 잡채+마리 세트, 부대찌개라면+마리 세트, 치즈불고기 덮밥, 돼지왕구이 어부밥도 인기 메뉴다.
이양열 스쿨푸드 대표는 “외식문화가 발달한 홍콩도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틈을 노려 배달 마케팅을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가장 한국적인 맛이 담긴 한식 메뉴로 외국인의 입맛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