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김성수 씨. 가족과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이 중요한 여가가 됐다는데 그의 한 달 지출액을 살펴보니 아마존 프라임 12.99달러, 넷플릭스 19.99달러, 디즈니 플러스·훌루·ESPN 플러스 번들 14달러, HBO 맥스 14.99달러 등 월 60달러를 훌쩍 넘겼다.
김 씨는 “하나둘더하다 보니 전체 지출이 이렇게 커진 줄 몰랐다”며 “와이파이 이용료까지 더하면 소형차 리스 페이먼트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 박스보다 저렴한 것으로 인식됐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연회비를 20달러 올려 139달러가 됐고, 넷플릭스도 월회비를 2달러 인상했다. 여기에 여러 업체가 라이브 스포츠 스트리밍 확대를 계기로 추가 요금을 받는 등 스트리밍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있다.
현재 북미 지역에서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50개에 육박하는 가운데 시장조사업체 ‘라이트만 리서치 그룹’은 복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미국인이 2016년 28%에서 지난해는 58%로 늘었다고 밝혔다.
복수 가입의 이유는 단연 개별 스트리밍 업체들이 제작하는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콘텐트 때문이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가입자들이 원하는 콘텐트 제작비 상승을 회비 인상의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170억 달러를 투자했고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수상작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중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독’은 작품상을 포함한 12개 최다 부분 후보에 올랐다.
엔터테인먼트 애널리스트인 폴 에릭슨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10편 중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작한 것이 절반을 차지했다”며 “업체끼리 한정된 회원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화제가 되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기 위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