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상에 의한 사망 요인을 분석해 보니 교통사고보다 총기사건이 더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23일 의학저널 ‘외상 수술 및 급성 치료’에 실린 연구보고서를 인용, 2017년 조기 사망으로 상실한 생존 기간을 뜻하는 ‘잠재수명손실연수(YPLL)가 총기사건과 교통사고에서 각각 144만 년과 137만 년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계산 방식에 맞춰 미국인 기대수명 78.7세에 근거한 ‘기준 연령’ 80세에서 사망 연령을 빼 YPLL을 구했다. CDCP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의 관련 통계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공격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소유할 권리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가설이 논란의 핵심”이라며 “실제로는 총기 소유를 원하는 이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등 총기 소유가 총기 사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총기와 연관된 사망의 태반이 자살이고, 이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1만9천 건이 채 안 됐던 총기 자살은 2018년에는 2만4천 건을 넘어섰다. 10년 동안의 총기 자살자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으며, 이들의 YPLL은 495만 년이었다.
같은 기간의 총기 살인은 대부분 흑인 남성에 의한 것으로, 이로 인한 YPLL은 320만 년이었다. 총기 살해 피해자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 가운데 피해를 본 흑인 남성과 백인 남성이 평균적으로 상실한 수명은 각각 50.5년과 29.1년이었다. CNN은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흑인의 비율은 13.4%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총기 소유 관련 법규가 엄격하지 않은 지역(주)에서 총기에 의한 살인과 자살 건수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여성에 의한 총기 살인은 10년 새 10% 가까이, 총기 자살은 31% 이상 높아졌다.
연구진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미국의 총기 소유나 무차별 총격, 총기에 의한 살상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며 무제한의 자유 추구와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 수정 헌법 제2조로 총기를 가진 미국인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비영리 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는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곳일수록 살인과 자살, 우발적 살인 등 총기 관련 사망 사례가 많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연합뉴스 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