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종 택시 기사가 불쑥 내 뱉은 말 “너희 네일숍에서 일해?” 물음에 당황
‘자동차가 발’…부실한 대중교통 탓에 선진국 도시들보다 발전 지체되는 듯
이곳 조지아에 와서 제일 먼저 친해져야 했던 일은 우버나 리프트 같은 호출 택시문화였다.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정해진 시간마다 오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부족한 공부와 잠을 보충하기도 했었다.
지금 나는 매일 출퇴근과 이동 시에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다. 특히 퇴근 시간에는 택시 잡는 게 쉽지 않아, 20분 넘게 기다리기 일쑤다. 대중교통으로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용 금액과 시간을 비교하면 그래도 택시가 더 합리적인 것 같다.
내가 사는 귀넷 카운티는 다양한 인종과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한인들의 경제활동 또한 조지아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귀넷을 포함한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은 다른 선진 도시들에 비교한다면 발전이 더딘 것 같다. 그 이유가 대중교통 혁신 및 확장이 아직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알파레타 아발론 쇼핑몰, 성조기와 함께 보이는 쇼핑몰 야경이 ‘진짜 미국’임을 실감하게 한다.
매일 택시를 타면서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경험도 했다.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이었다. 한번은 룸메이트와 장을 보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타인종 운전기사였다. 잠시 가벼운 얘기를 나누었는데 기사가 불쑥 “너희 네일숍에서 일해?”라고 물었다. 처음엔 잘 못 알아듣고 “응, 나 어제 네일 했어. 예쁘지?”하고 자랑했지만, 알고 보니 직업을 물어본 거였다.
정황상 악의가 전혀 없는 질문이었지만 무의식중 ‘아시안 여자는 네일숍서 일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좋게 넘어가자 싶어 웃으면서 내가 하는 일을 말해줬다. 나중에 미국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아주 무례한 질문이라고 길길이 날뛰던 기억이 있다.
이런 인종차별은 동양인에 대한 깊은 고정관념이 원인인 것 같다. 미국에서 아시안 여성은 유순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와 함께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아시안 여성이 부딪치는 인종차별에 대한 현실은 남성보다 훨씬 열악하다. 미 인권단체의 혐오범죄 신고 사이트인 ‘스톱AAPI 헤이트’(중단, 아시안 혐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접수된 인종차별 사례 3800건의 피해자 중 70%가 여성이었고, 이중 다수가 아시안 여성이었다.
아시안 여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아시안 여성 선호 증상인 ‘옐로피버(yellow fever)’도 문제다. 이는 원래 ‘황열병’을 뜻하지만, 비아시안 남성이 아시안 여성에 대해 느끼는 통제 불능의 이끌림을 가리키는 속어로 쓰이는 말이다. ‘아시안 페티시(Asian fetish)’, ‘아시안 성애(Asiaphile)’로 불리기도 한다. 이 역시 아시안 여성에 대한 낯선 감정과 함께 정복해야 할 대상임을 암시한다. 내가 택시에서 겪은 상황도 가볍긴 하지만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안 좋은 기억보다는 미국 생활에서의 즐거움이 훨씬 더 크고 많다. 주말이면 새로운 경험을 위해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장소가 알파레타의 아발론(400 Avalon Blvd, Alpharetta, GA 30009) 몰이다.
한국 쇼핑몰은 실내에 매장들이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야외 큰 광장에 대형 매장과 식당이 즐비하게 있어 ‘진짜 미국’ 같았다. 미리 맛집을 검색해 입소문 자자한 피자집에서 저녁을 먹고 쇼핑도 하며 사진으로 추억도 남겼다.
홈파티를 위해 각자 준비해 온 음식으로 차린 식탁. 타코, 샐러드, 맥 앤 치즈,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스테이크 등의 메뉴들이 제법 ‘ 미국 스타일’ 이다.
친구 초대로 가 본 미국 홈 파티도 인상적이었다. 각자 가지고 온 다양한 음식들을 해 먹고 새 친구도 사귀며 영어도 제대로 써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미국 로컬 느낌을 직접 체험하며 미국문화에 녹아 들어가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어느새 2월이 다 갔다. 3월에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김태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