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시민권 미국역사 9. 영토 확장

거저 줍다시피 한 땅이 강대국 도약 발판
미시시피강 너머 탐험 이후 ‘서부로 서부로’
서부 개척 통해 ‘프런티어 미국 정신’ 탄생

미국은 대국이다. 군사력, 경제력이 커서 대국이고 땅이 커서 또한 대국이다.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는 러시아다. 2위는 캐나다, 그다음이 미국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동토의 땅이 대부분인 러시아나 캐나다와 달리 미국은 모두가 알짜배기 땅이다.

처음부터 그 넓은 땅, 그 좋은 땅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1776년 독립선언을 할 때는 대서양 연안 13개 주에 불과했다. 1983년 독립전쟁 승리 후엔 오대호에서 애팔래치아 산맥 넘어 미시시피강까지 영국으로부터 할양받았다. 이후 미국은 사거나, 뺏거나, 얻으면서 불과 60여년 만에 건국 당시의 3배가 넘는 땅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입장을 바꿔보면 빼앗기거나 잃은 자의 눈물과 울분, 후회와 회한이 있었다는 말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멕시코, 스페인, 프랑스 등이 그들이다.

요즘 각국은 손바닥보다 작은 땅뙈기를 놓고도 눈에 불을 켠다. 툭하면 벌어지는 영토분쟁이 그것이다. 초창기 미국은 그 많은 땅을 거저 줍다시피 했다. 전쟁으로 빼앗기도 했고 돈을 주고 사기도 했지만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미국을 축복받은 나라라고 하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어떻게 미국은 그 넓은 땅을 갖게 되었을까. 간단하게나마 영토 획득 과정을 더듬어 본다.

#. 루이지애나 매입

역사는 겹친 우연으로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얻게 된 것도 그랬다. 당시 프랑스 지배자 나폴레옹은 신대륙 루이지애나에 또 하나의 제국을 건설할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카리브해 연안의 자국 식민지 산토도밍고(지금의 아이티)에서 일어난 반란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유럽 원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던 나폴레옹은 대서양 건너 루이지애나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맞수 영국은 호시탐탐 그 땅을 노렸다. 나폴레옹은 영국에 빼앗기느니 차라리 신생 독립국 미국에 선심이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그것도 모르고 나폴레옹이 루이지애나를 기반으로 미국을 침략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다. 미국은 프랑스를 달래고, 당시 교역의 중심이던 뉴올리언스 일대를 매입하려는 의도 하에 파리로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절단 대표는 제임스 먼로(James Monroe, 1758~1831)였다. 훗날 5대 대통령이 되어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에 편입시킨 ‘먼로 독트린’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먼로는 프랑스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아예 루이지애나 전체를 사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먼로는 귀를 의심했다. 사절단은 나폴레옹의 마음이 바뀔까 노심초사하며 서둘러 협상을 했다. 1803년 정식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가격은 단돈 1500만 달러. 에이커당 2.8센트밖에 안 되는 헐값이었다. 제퍼슨 대통령은 한 달 반 뒤에야 루이지애나 매입 소식을 들었다. 영토 변경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였지만 제퍼슨은 굴러들어온 떡이 행여 잘못될까 봐 의회의 비준 절차도 생략하고 매매계약서 승인부터 했다. 물론 의회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로써 미국은 하루아침에 두 배나 영토가 늘었다. 당시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루이지애나가 아니었다. 북으로 지금의 몬태나, 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을 포함해 중부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아이오와, 캔자스, 미주리, 그리고 남으로 오클라호마까지 포함한 실로 광대한 땅이었다.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미국은 막대한 국가적 부의 원천을 소유하게 됐을 뿐 아니라 강대국 도약의 기반까지 확보하게 됐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이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도 이것이었다. 훗날 역사가들은 루이지애나 매입을 미국 역사에서 연방헌법 제정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았다.

#. 탐험과 개척의 시대

루이지애나가 미국 땅으로 편입되고 영국과의 전쟁도 이겨내자 서부개척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됐다. 이제 서부로 향한 진취적 기상의 프런티어 정신은 미국의 정신이자 신생 미국이 추구해야 할 숭고한 가치가 됐다.

탐험의 신호탄은 메리웨더 루이스(Meriwether Lewis, 1774~1809)와 윌리엄 클라크(William Clark, 1770~1838)가 이끄는 원정대였다. 당대 최고 지식인이자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루이지애나 매입 이전부터 미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태평양 연안까지의 서부 탐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비서 메리웨더 루이스를 원정대장으로 발탁했다. 또한 원정대가 떠나기 전 식물학, 동물학, 지질학 등을 직접 가르치기까지 하며 탐험 성공을 독려했다.

1804년 5월, 40명의 대원은 세인트루이스를 출발, 미주리강을 거슬러 오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대탐험의 길을 떠났다. 그들은 캔자스, 네브래스카, 다코타, 몬태나, 아이다호, 오리건을 지나며 온갖 위험을 무릅쓰며 탐험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태평양까지 닿았다. 그리고 1806년 9월, 2년 4개월에 걸쳐 8000마일에 달하는 대장정을 끝내고 다시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왔다.

이들이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탐사를 계속하고 있을 때 미시시피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탐사도 진행됐다. 제블런 파이크(Zebulon Pike)가 이끈 남쪽 탐사대는 미시시피강 상류부터 콜로라도, 아칸소 강 유역, 산타페 지역 등 새로 매입한 루이지애나 남부 지역을 살폈다. 원정대는 미시시피 강 너머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지형과 지도, 기후와 박물학적 생태, 인디언 부족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가져왔다. 원정대가 가져온 수많은 정보와 지식은 당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훗날 그들의 보고서는 서부 개척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내자 구실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이 로키산맥 너머 오리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유력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 서부개척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가 다녀오기 전 태평양 연안, 오리건은 미국인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지의 땅이었다. 당시 오리건은 지금 워싱턴주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북쪽 전체를 일컬었다. 오리건에 가기 위해서는 아메리카 남단을 돌아가는 해로를 이용하거나 미 대륙 대평원을 지나, 거친 로키산맥을 넘어야만 했다. 무서운(?) 인디언들도 있었다.

하지만 원정대 탐험 이후 오리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졌다. 기름을 부은 것은 뉴욕 출신 마르쿠스 휘트먼 선교사 부부였다. 그들은 1836년 오리건으로 이주해 원주민 부족에게 전도하면서 꾸준히 선교 보고서를 동부로 보냈다. 오리건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이미지가 동부인들에게 확산하면서 불과 10년 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당시 오리건은 영국이 선점하고 있었다. 미국 이주민인이 늘어나자 영유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결국 1846년 영국과의 ‘오리건 조약’이 맺어졌다. 이로써 영국은 북위 49도 이북으로 물러나고 지금의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선을 확정됐다.

다음은 캘리포니아였다. 1848년 제임스 마셜이라는 사람이 새크라멘토 북쪽에 제재소를 짓던 중 우연히 강에서 반짝이는 사금을 발견했다.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골드러시의 시작이었다. 이후 수천 수백, 수만 명의 사람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이 무렵 미국은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서부 전체를 막 차지한 직후였기에 연방정부도 서부 이주를 적극 지원했다. 약간의 돈만 내면 농장을 꾸릴 만한 훌륭한 땅을 살 수 있었다. 원하면 무료로 주기도 했다.

서부는 기회의 땅이었다. 동부인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었다. 새로운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할 기회도 있었다. 동부인들은 낯설고 황량한, 그렇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서부를 향해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모르몬교도와 유럽 각국에서 새로 들어온 이민자들, 골드러시를 좇아 일확천금의 꿈을 찾아 나선 사람들 각양각색이었다.

서부 개척은 점점 미국 역사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영웅이 탄생하고 감동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미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도 새롭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척박한 환경과 낯선 자연에 순응, 혹은 극복해가면서 만들어진 개인주의, 낙천주의, 애국심이야말로 서부개척 시대가 낳은 미국 고유의 국민성이 됐다.

이종호 애틀랜타 중앙일보 대표

시민권 시험 예상문제 풀이

Q 미국이 1803년 프랑스로부터 매입한 영토는 어디인가?(What territory did the United States buy from France in 1803?)

A 루이지애나 지역(the Louisiana Territory) 또는 루이지애나(Louisiana)라고 대답하면 된다. 이때의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루이지애나 주와는 다른 미국 중부 전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