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권 운동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을 이끌었던 인물이 호화 저택을 사들이는 데 기부금 600만 달러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설립된 BLM은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단체다. 사회 각계의 지지 메시지가 잇따르며 거액의 기부금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패트리스 쿨로스가 말리부에 140만달러 상당의 집을 비롯, 4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기부금 유용 의혹이 제기되며 조직은 내분을 겪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운동을 이끈 인권운동가가 기부금으로 캘리포니아의 호화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BLM 지도부는 기부금 600만달러를 유용해 호화주택을 매입 후 비밀로 한 정황이 포착됐다.
‘캠퍼스’라 불리는 이 저택의 넓이는 약 600㎡로, 침실과 욕실이 6개가 넘는다. 수영장, 방음 스튜디오, 20대 이상 수용 가능한 주차장도 갖추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저택은 BLM이 2020년 10월 후원자로부터 6650만달러를 받은 지 2주 후에 다이앤 파스칼에 의해 매입됐다.
파스칼은 BLM 공동 설립자인 패트리스쿨로스와 배우자인 자야나 칸이 운영하는 회사인 ‘자야나 앤 패트리스 컨설팅’의 재무 매니저다.
매입 1주일이 채 되기 전 소유권은 델라웨어에 있는 한 회사로 이전돼 소유주가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고 뉴욕 매거진은 전했다.
BLM은 2020년 기부금 9000만달러를 받아 6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도, 이 저택의 존재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 매거진은 BLM 측에 이 저택에 대해 문의했을 당시, 지도부 내에 ‘기사를 삭제하는 법’을 알아보는 내부 공지가 돌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후 BLM 측은 성명에서 “‘블랙 조이 크리에이터 펠로십’의 수혜자를 위한 주거 및 스튜디오 공간을 제공하려고 이 ‘캠퍼스’ 부동산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 펠로십은 흑인 창작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대중문화, 정치 등에 관한 콘텐트 제작을 위한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BLM 측은 또 오는 5월 서류를 통해 이 저택을 공개하기로 계획해왔으며, 이 집이 특정 개인 거주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개인 유한책임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