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외 요건 보는 대학에 지원자 몰려…시험 잘보는 학생 상대적으로 불리
미국 명문 대학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을 입학 필수요건에서 빼면서 명문대에 가기 위한 경쟁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열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학창 시절 학업과 과외활동에서 화려한 ‘스펙’을 쌓았던 고등학생 케이틀린 영거(18) 사례를 조명했다.
영거는 11학년 때 SAT 1천600점 만점에 1천550점을 받았고, 올봄에 GPA 4.0 만점에 평균 3.95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우등생이었다.
회계동아리를 직접 만들거나 연극 30여 편을 공연·연출하고, 학교 합창단에도 참가하는 등 과외활동도 성실히 챙겼다.
그러나 지난해 지원한 미국 명문대 여러 곳으로부터 탈락 통보를 받았다. 지원한 대학 12곳 중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예일대, 브라운대, 코넬대 등을 포함한 10곳에서 떨어졌다.
영거는 “몇 곳은 불합격하겠거니 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쁠 줄 예상 못 했다”고 한탄했다.
WSJ는 명문대 합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거 같이 우수한 학생이 탈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 현상은 미국 대학이 입학 사정 방식을 변경한 것과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생이 시험을 치기 어려워지자 상당수 미국 대학이 시험 성적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기로 했는데, 낮아진 장벽에 도전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경쟁률이 높아져 명문대 합격문이 더 좁아졌다는 것이다.
시험 점수 대신 학점이나 수업 난이도, 인종·사회경제 다양성 등에 더 중점을 두는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이 늘었고, 결과적으로 중산층 백인인 영거 같은 학생이 다양성 요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도 했다.
올해 신입생을 모집한 미국 4년제 대학 60% 이상이 SAT 등 시험 점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일례로 신입생 선발 과정에 SAT 성적 제출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하버드대에는 올해 신입생 모집에 6만1천명 이상 지원해 1천954명(3.2%)이 합격했다. 전체 지원자가 작년보다 7% 늘면서 역대 최저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명문대의 지원 장벽이 낮아지면서 합격률이 뛴 반면 인기가 덜한 대학은 지원자 부족에 시달리는 양극화 현상까지 생겼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서 증가로 개별 검토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지원자 입장에서는 심사자 눈에 더 띄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전직 펜실베이니아대 입학사정관이었던 사라 하버슨은 영거 학생의 고등학교 성적과 연극단, 회계동아리 등 활동은 인상적이지만 아이비리그 지원자 사이에서는 그다지 특출나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