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내 집값이 폭등하지만, 필자 주변을 살펴보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집만 한채 갖고 있는 홈오너는 폭등하는 집값이 남일이나 다름없다. 좋은 집 오퍼에 성공했다고 좋아하던 바이어는 셀러가 집값 폭등을 이유로 딜을 취소하자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셀러가 바이어에게 “위약금 소송 할테면 해봐라”라고 배짱을 부려도, 소송 비용이 더 들것 같아서 아무말도 못한다.
그러나 집값 폭등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중 하나는 테넌트(세입자)들이다. 남의 집살이가 쉽지는 않지만 매년 렌트비는 계속 오르는 현실이고, 천정부지로 올라간 집값 때문에 ‘내집 마련’은 엄두도 못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물가까지 상승하고 있어, 매달 돈을 벌어 렌트비로 갖다바치는 형편이다.
최근 미주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미국 렌트비는 7개월 연속으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가히 ‘살인적인 오름세’라고 한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2월 애틀랜타 평균 렌트비는 2040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7%가 올랐다. US메트로 지역(대도시 50곳)의 렌트비 중간값은 1792달러임을 감안하면, 애틀랜타 렌트비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셈이다.
한인 테넌트들의 상황만 집계한 통계는 없지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와 캘리포니아의 렌트 상황을 보면 어느정도 짐작은 가능하다. 지난 2월 LA의 렌트비 중간값은 1베드룸 1730달러, 2베드룸 2270달러였다. 어바인은 2베드룸이 3520달러로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비쌌다.
캘리포니아 주택재정처(California Housing Finance Agency, CHFA)의 에릭 존슨(Eric Johnson)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72만1000가구가 약 33억달러의 렌트비를 연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CHFA는 이들 테넌트의 절반 이상은 월수입의 절반 이상을 렌트비로 갖다바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중 절반은 영어가 서투른 이민자들이며, 36%가 라티노, 4%가 중국계, 12%가 한인 등 이민자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캘리포니아주는 렌트비 연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렌트비 지원 프로그램(Housingiskey.com)을 실시했으나, 지난달 3월 31일 자로 마감됐다. 마감일에는 LA한인회에 한인 등 1000여명의 신청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한인 테넌트들이 얼마나 렌트비로 고생하는지 알수 있다.
렌트비 지원 프로그램 마감 후에도 CHFA는 홈페이지(https://www.calhfa.ca.gov/community/nms/resources.htm)를 통해 한인타운 등 각 지역 렌트비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으나, 한인들에게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렌트비가 훨씬 낮다고는 하나 한인들에게 있어. 테넌트 렌트비 납부 프로그램을 갖춘 캘리포니아에 비해, 조지아주에는 이렇다할 렌트비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다.
캘리포니아처럼 낮은 렌트비를 보장하는 저소득층 아파트(HUD) 또는 노인아파트도 부족하다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 주변에 렌트비로 고생하고 있는 서민들은 없는지, 그리고 그런 서민들의 목소리가 이번 5월 예비선거와 11월 중간선거 출마 정치인들에게 반영될수 있도록 한인 커뮤니티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