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눈에 비친 탑골공원 패션리더
“고령사회 한국서 나이든다는 의미 다시 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로 한국의 길거리 패션을 소개했다.
길거리 패션 하면 이태원이나 홍대의 젊은이들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가디언이 주목한 것은 동묘의 멋쟁이 어르신이었다.
가디언이 만난 김동현씨는 동묘를 주 무대로 삼는 ‘시니어 패션 전문 사진작가’다.
“어느 날 동묘에서 노인 신사와 마주쳤는데, 그의 스타일에 푹 빠져버렸다”는 김씨는 그 길로 노인의 길거리 패션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동묘에서 포착된 밀리터리 패션 어르신 [사진작가 김동현씨 제공. 연합뉴스]
김씨가 동묘에서 멋진 어르신을 피사체로 삼으며 내린 결론은 하나다. 패션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머리 스타일부터 안경과 신발까지, 노인들은 꾸밀 줄 알고 독특한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낸다”며 “유행의 첨단을 걷는 사람이라고 하면 젊은이들을 떠올리는데, 이건 미디어가 만들어낸 편견이다. 패션에는 나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노인의 패션에서 배울 것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과 같다. 20대 때는 온갖 것을 맛보지만 70대가 되면 취향이 훨씬 분명해진다”며 노인의 패션은 훨씬 정제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는 노인이 가서 놀만 한 곳이 많지 않다”며 “하지만 동묘에선 쇼핑하고, 놀고, 친구를 만나고,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동묘는 그들의 영역이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동묘의 멋 [사진작가 김동현씨 제공. 연합뉴스]
김씨는 ‘멋-서울의 길거리 패션’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김씨의 꿈은 시니어 패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라는 단어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걸 떠올리는데, 노인에게도 개성이 있고, 그들만의 ‘멋’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급격하게 고령 사회에 접어드는 한국에서 동묘의 멋쟁이 어르신은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한국은 2050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4%를 차지할 수 있다”며 “많은 노인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고 느끼며 자신을 스스로 늙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인 고독이 한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동묘는 항상 노인들의 놀이터였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