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시절, 운동회는 마을 잔치였다. 학부모들도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학교운동장에 모여 어린 자녀들과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2. 필자가 다녔던 중학교 운동장은 꽤나 넓었다. 군 단위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읍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낭만적이다.
#3.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체육대회는 온 국민의 관심거리였다. 지역에서 체전이 열리면 학생들은 자매결연 시·도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에 단체 응원을 갔다.
#.4 모의올림픽은 대학시절 경험한 좋은 추억거리 가운데 하나다. 과별 대항 경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여자소프트볼이다. 남학생들이 경기장을 둘러싸고 던지고, 치고, 달리는 낭자군을 응원했다.
스포츠 행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애국심이나 애향심을 고취시키기에 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 세대간 화합과 유대에도 최고다.
우리 지역에도 자랑할 만한 스포츠행사가 있다. 바로 동남부체육대회다. 미주동남부한인회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역한인회와 체육단체들의 협조를 얻어 1981년부터 39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이 행사를 주최해 왔다. 이 행사의 초석을 다졌던 박선근 초대 회장은 지금까지 대회 때마다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조지아, 앨라배마,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5개 주에 거주하는 한인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해왔던 것이다.
대회마다 규모는 확대됐다. 2019년 대회에선 100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한 바 있다. 이 덕분에 동남부체전은 연합회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지역 한인들의 축제의 장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년간 중단됐던 이 체전이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애틀랜타 한인타운에 위치한 둘루스고등학교와 한인회관에서 열린다. 올해는 마침4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 한다.
주최측도 ‘불혹(不惑)’기념차원에서 성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필리핀, 중국,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안계가 참여하는 다문화축제를 기획한 것이다. 10일 전야제와 개막식에서는 한국과 LA에서 오는 케이팝을 포함한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해 e스포츠가 경기종목으로 도입된 것이 눈에 띈다. 장애인 선수들도 태권도, 육상, 한궁 등3개 시범종목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병일 연합회장은 “동남부 체전은 어느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라며, 협회의 최대 자랑이자 큰 행사라고 말했다.
하필이면 오는 9일 제21대 재미대한체육회장으로 취임하는 정주현 신임 회장도 앞으로 동남부 체전을 롤모델로 삼겠다고 밝혀 화제다. 앞으로 동남부체전과 같은 권역별 체전이 미 전역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지역체육회 및 한인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얘기다.
호사다마라고, 축제를 앞두고 이런 저런 뒷말이 무성했다. 일부 지역한인회에서 이번 체전 참석을 보이콧한 것이다. 최 회장이 단체의 재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했고, 차기 회장을 미리 내정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뱅크 스테이트먼트 등 재정관련 서류도 공개했다. 비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차기 연합회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문제라는 게 지역 한인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눈 앞에 닥친 행사를 화합의 장으로 잘 마무리한 이후 관련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견해가 우세하다.
주최측은 갈등을 봉합하고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도 있을 것이다. 비 갠 뒤 땅이 굳는 법이다.
31대 애틀랜타 한인회에서 봉사할 때 동남부 체전에 처음 참석했다. 당시 유복렬 애틀랜타 부총영사도 가족을 대동하고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애틀랜타팀을 응원했다.
오랜만에 젊은 층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지역 한인들의 축제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