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어둡도록 거리에서 애들과 놀고 있는데 엄마가 얘야, 저녁 먹어라 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죽음도 본향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하잖아요. 탄생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 죽음이고, 어둠의 골짜기가 아니고 세계의 끝이나 어스름 황혼이 아니고, 눈부시게 환한 곳이지요.” 말기 암을 받아들여 수용의 단계를 거치며 이어령씨가 한 말이다.
제자 김지수씨의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기사가 큰 화제가 되어 더 깊은 인터뷰로 이어졌고, 그 결과로 출판된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용서와 사랑, 종교와 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죽음이 삶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화요일은 모리와 함께 (Tuesday with Morrie)’라는 책이 1997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모리 교수가 루게릭 병이 들어 치료 방법이 없이 죽어가는 병을 앓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 자신의 마지막 연구 프로젝트로 삼고, 제자 중에 언론인 미치 앨봄(Mitch Albom)이 매주 화요일에 스승을 만나 죽음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알리는 책이다.
친구 교수가 심장마비로 죽어 모리 교수가 휠체어 타고 장례식에 갔을 때, 참석한 친구 친척들의 애도와 사랑을 죽은 친구는 나누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본 모리 교수는, 자기 자신도 1년 안에 죽을 것을 알고, 죽기 전 추운 토요일 저녁에 친구와 친척들을 그의 집에 모아 살아있는 장례식을 했다. 감동적인 장례식, 사랑과 감사로 가득 찬 살아있는 장례식은 새로운 장례의식으로 받아들여져 사람들이 모방하기도 한다.
“진실은 말이야” 모리교수가 제자에게 말한다. “어떻게 죽는가 알게 되면, 어떻게 살 것인가 알게 돼.”
밀리언 셀러 책들을 쓴 일본 여류작가 사노 요코는 유방암 말기에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을 “죽는 게 뭐라고” 라는 책으로 썼다. 히라이 신경외과 의사와 그녀가 나눈 책 속의 대화의 몇 마디를 소개한다:
“치매에 걸리면 나 자신이 없어져요. 치매는 대뇌에 이상에서 생기고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은 대뇌에 있어요. 소뇌와 간뇌가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지만 결국 나 자신은 인간의 몸 중 가장 발달한 대뇌피질의 엄청나게 복잡한 신경회로 속에 존재합니다. 이곳이 고장나면 치매나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자기 자신이 없어져요.“
“그러면 마음도 머리에 있나요?”
“유뇌론 (唯腦論)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뇌피질의 매우 복잡한 신경회로 속에 마음이 있습니다.”
히라이 의사가 일본인 죽음 교육으로 사노씨가 죽음에 관해 말씀 해주시면 의사로서 감사하겠다고 부탁하자 사노씨는 대답했다.
“나 자신은 별거 아닌 존재죠. 마찬가지로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하지 않아요. 가령 오바마 대통령이 죽어도 대타가 나오니까요. 그러니까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죽는다고 우주가 소멸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소란 피우지는 말았으면 해요.”
지구상에 현재 79억 정도의 사람이 살고, 매일 그 중에 일부가 죽고 신생아로 교체되는데, 역사적으로 신생아가 죽은 숫자보다 많아 인구 팽창이 있어왔다.
예를 들어 2000년 통계에 미국에만 매일 6,584명이 죽고, 8,082명이 출생했다.
한 사람의 몸은 30조의 세포로 만들어졌고, 그 중에서 하루에 약 3천억개의 세포가 죽고 새로 교체된다고 한다. 혈액세포와 장 세포들이 자주 교체되고 뇌신경세포나 눈 수정 세포는 일생동안 교체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사실들을 연결해서 보면 살아있는 우리 몸의 일부 세포도 매일 매초 죽고 새로 생겨나고, 지구상의 인류도 매일 매초 일부는 죽고 새 인류로 교체된다.
한 연구 모임에서 내가 내일 죽는다면 오늘 이 순간 뭘 할까? 라는 질문에 다음 같은 대답들이 나왔다고 한다.
일상처럼 살다가 가겠다; 자연을 감상 감사하겠다;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후회 없는 애정을 표현하겠다; 내가 이 순간 누리는 모는 것에 감사하겠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잊겠다.
금년에도 메모리얼데이 전후 미국 곳곳에서 14건의 총기 사고로 145명이 죽었다고 한다.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각종 사고로 사람들이 죽을 때, 죽는 사람들은 죽음을 평화롭게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그들의 죽음은 시간과 자연의 질서 속에 묻히고, 세상은 질서 속에 돌아간다. 다음 세대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질서 속에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