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주식 폭락 상황 ‘불황’ 징후 뚜렷
고용 탄탄해 ‘스태그플레이션’ 안 간다 전망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개스, 식료품 등 물가는 다 오르고 주가는 연일 떨어지고 있다. 3개월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3년째에 접어든 코로나19로 국가간 무역은 계속 거북이걸음이다. 소비자 심리지수 역시 50.2로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경기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R(recession)의 공포’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요즘 경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용어 및 경기 상황을 문답식으로 정리한다.
– 경기침체, 즉 리세션이 어떤 것인가?
우리말로는 ‘경기후퇴’ 혹은 ‘경기침체’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후퇴로 보는데 경기가 최고 정점에서 바닥을 향해 가는 과정을 뜻한다. 한마디로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의미다.
경기 순환이란 불황(depression), 회복(recovery), 호황(prosperity), 후퇴(recession)의 4개 과정을 반복하면서 변동하는 것을 한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기 침체 징후는 실업률 증가, 주식 하락, 급여 삭감 등이 있다.
-침체와 불황이 다른 건가?
불황은 영어로 ‘디프레션(Depression)’이라고 한다. 경기후퇴(경기침체)와 나누는 기준은 경제가 악화하는 기간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 이상으로 장기화될 때를 뜻한다. 침체에서 악화하면 불황, 불황에서 더 악화하면 ‘공황’이라고 한다. 불황과 공황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불황은 이웃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고, 공황은 내가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비유했을 정도다. 통상 GDP가 10% 이상 떨어지는 경우, 불황이 2년 이상 지속될 경우가 겹치면 공황이라고 한다. 1929년 대공황은 10년 이상 지속됐다.
– 인플레이션은 또 뭔가?
물가 상승은 영어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하는데 음식, 집, 차, 옷, 장난감 등등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고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될 때를 말한다. 인플레이션에는 ‘화폐가치의 하락’도 포함된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물건을 사면서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줘야하니 돈의 가치는 자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 지금 물가는 얼마나 올랐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가 올라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스 값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8.7% 올랐다. 주거비 역시 5.5% 올랐고 식품지수도 10.1%나 급등했다.
– 왜 이렇게 물가가 뛰는 건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수요 인플레이션’이다. 계에 돈이 많아져서 소비 수요가 늘어나지만 물건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비용 인플레이션’이다. 제품의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도 함께 올라서 전반적인 물가가 모두 오르게 된 것이다. 현재 상황은 두 번째가 주원인이다.
– 주가는 얼마나 떨어졌나?
지난 주 월요일은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폭락했다. S&P500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류언론들은 앞다퉈 현재 증시 상황을 ‘베어마켓(bear market)’이라고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 베어 마켓은 무슨 뜻인가?
곰이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를 하는 데 빗대어서 베어 마켓이라 부른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면서 직전 정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 즉 베어 마켓으로 간주한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할 때는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한다. 황소가 싸울 때 뿔을 위로 치받는 형상을 뜻한다.
-그래서 지금이 경기침체기인가?
현재 ‘인플레이션’에 ‘베어 마켓’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기침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고용 시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간문제일 뿐 다들 경기침체가 온다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고 ‘내년’을 그 시점으로 보고 있는 의견이 많다. 경기 침체보다 더 무서운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이 뭔가?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데도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원유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생산비용이 늘어나 제품 가격을 올리긴 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진 않는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올려주기가 어려워지고 일반 가정은 돈이 없으니 소비를 줄이게 되고, 기업은 제품이 안 팔리니 더욱 어려워져서 도산하거나 경영을 축소하게 결국 실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명쾌한 해결법이 없다.
이와 관련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2일 CNN과 인터뷰에서 “경기침체가 일어날 순 있지만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러가 강세인데다 유가 역시 1980년대 수준보다 3분의 1정도 낮은 상황 등을 감안한 분석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라 해도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시련을 내다보는 현명한 대비책이 필요할 때다. 정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