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약화 판결 이후 낙태권 확대와 사생활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을 없애고 주(州)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판결을 내놓은 이래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과 낙태권 옹호론자로부터 대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이번 판결은 헌법과 역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서 대법원이 통제 불능일 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법원이 공화당의 극단주의 부류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동성결혼, 피임 등도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결정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권을 보호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면서, 11월 중간선거 때 민주당을 지지할 것과 투표에 참여할 것을 수 차례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권리를 회복하고 극단주의자들의 의제로부터 나라를 보호할 순간”이라며 해당 법이 마련된다면 즉시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은 오히려 연방 차원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해도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 심지어 어린 소녀들을 위한 환경을 바꾸고 싶다면 밖에 나가서 투표해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하이오주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한 10세 소녀가 엄격한 낙태 제한 규정 탓에 인디애나주로 이동해 낙태를 받아야 했다고 소개한 뒤 믿을 수 없다는 듯 “10살짜리 소녀”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또 “10살짜리가 강간범의 아이를 낳도록 강요당해야 했다”며 “나는 이보다 더 극단적인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분노를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낙태 약품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 조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임신부와 유산을 경험한 여성을 위한 긴급 의료 접근권을 보호하고, 피임약 접근권 확대, 산아제한과 피임 관련 무료 상담 보장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민감한 건강 관련 정보의 이전 및 디지털 감시 우려와 관련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행정명령은 자신이 사는 주 이외 지역에서 의료 제공에 사용되는 이동식 클리닉을 포함해 생식 관련 의료 제공자나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이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30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무장관과 백악관이 이런 의료 서비스를 찾는 이들을 법적으로 대리할 수 있도록 무료 변호사, 관련 단체와의 회의를 소집하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위해 주 바깥으로 여행하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해 연방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