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신청 인용되면 ‘기밀유출’ 등 수사 차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압수당한 100여 건의 기밀 문건이 수사에 계속 활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보수 성향의 법관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이 결정하게 됐다.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플로리다남부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명령에 대한 제11연방순회항소법원의 집행정지를 파기해 달라는 신청’이라는 제목이 달린 신청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사건 신청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신청인은 미국 정부다.
신청의 주요 취지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올해 8월 트럼프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압수한 자료 중 100여 건의 기밀 문건을 관리하고 검토할 권한을 ‘특별 관리인’으로 지정된 레이먼드 디어리 뉴욕동부 연방지방법원 선임 판사에게 넘기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변호인들은 신청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에 대한 이례적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된 자료들을 종합적이고 투명하게 검토하는 데에 어떤 식으로든 제한을 가하는 것은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공공의 믿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번 신청이 대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법무부와 FBI는 해당 문건들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일단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트럼프가 기밀 문서를 반출해 대통령직 퇴임 후에도 마러라고 별장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관한 기밀문건 반출, 문서절도, 사법방해 등 사건 수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신청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해당 문건의 수사 활용 중단 자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낸 신청서 첫 페이지. 공개 문건 캡처.
이에 앞서 트럼프는 마러라고에서 압수당한 문건들의 관리·검토 권한을 별도로 지정된 특별 관리인이 갖도록 해 달라는 신청을 플로리다주 연방지방법원의 에일린 캐넌 판사에게 냈으며, 캐넌 판사는 지난달 5일 이 신청을 인용하고 지난달 15일 특별관리인으로 디어리 시니어판사를 지정했다.
그러나 제11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21일 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밀 문건 100여건에 관한 관리·검토 권한은 아직 법무부 등이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사건을 심리하는 제11연방순회항소법원 담당 대법관은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클래런스 토머스다. 토머스 대법관은 피신청인 답변서를 제출토록법무부에 요구하면서, 이달 11일 오후 5시(동부시간 기준)를 기한으로 정했다.
이번 대법원 신청사건에 대해 미국의 케이블 뉴스채널 CNN은 “전직 대통령(트럼프)이 자신이 연루된 사건 수사에 대법관들이 관여토록 하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있는 사건들에 있어 대법원의 정통성이 면밀한 검증 대상이 되고 있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2021년 1월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아이젠하워 행정부 건물에서 상자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 사진.
한편 이날 별도 기사에서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공직자 14명의 익명 발언을 종합해 당시의 허술한 기밀 자료 관리 실태를 전했다.
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 측근들은 올해 여름 마러라고에서 고급 기밀 자료가 뉴스 스크랩 등 다른 물건들과 뒤섞여 박스에 담겨 있는 것을 FBI가 발견했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며 “전에도(백악관에 근무했을 때도) 그런 뒤죽박죽 무더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4년간 민감한 정부 문서를 다루기 위한 규칙과 관행을 엄격하게 따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는 외국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 녹취록, 정보 브리핑에 사용된 사진과 도표 등을 아무런 설명 없이 그의 개인 주거공간에 가져갔다.
트럼프는 또 북한 독재자 김정은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고 주변에 두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자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