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지지 연설에서 흑인 차별의 대명사 격인 ‘N단어’를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공화당 테드 버드 후보 유세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말이라며 “N단어(n-word)! N단어가 뭔지 아느냐? 그것은…”이라며 말을 끝맺지 않았다.
이에 관중에서 그 단어를 외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니, 아니, 아니다. 그것은 핵 단어(nuclear word)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푸틴 대통령이) 어제 N단어를 언급했다. 핵 단어를. 언급해서는 안 되는 단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흑인을 비하하는 ‘검둥이’를 의미하는 니그로(negro)나 니거(nigger)의 민감한 속성을 고려해 ‘N단어’라고 완곡하게 표현한다.
조너선 케이프하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8일 ‘N단어로 장난치는 트럼프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에 기름을 붓듯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방화범(racial arsonist)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나조차 그가 N단어 같은 촉매제로 장난칠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N단어를 말하지 않았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바람에 사회적 규탄을 피해갔다면서 “슬프게도 트럼프의 노스캐롤라이나 쇼는 N단어로 장난쳐도 과거처럼 역풍이 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N단어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대외협력국장을 지낸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은 지난 2018년 8월 회고록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서 N단어를 자주 사용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