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한국에 노부모를 보러 가고, 나 혼자 집에 있는 동안 캘리포니아에 사는 작은 아들이 와서 일주일 동안 나와 같이 있다가 오늘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아들과 같이 일 주일 동안을 보내며 내가 알게 된 것은 보호자와 피 보호자의 자리가 바뀐 것이다. 또 한가지 분명해진 사실은 아들이 나에게 배울 것 보다 내가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아내를 공항까지 교통체증을 뚫고 운전한 것도 그였고, 내 컴퓨터에 바이러스와 상업용 광고 등 얽혀진 프로그램을 말끔히 정리하고, 메일들과 비밀 번호를 정리하고, 핸드폰의 기능이 내가 하면 안 되는 것을 되도록 조작하고, 텔레비전에 디즈니와 한국 영화를 보도록 해 주었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찾아간 영화관 중에 하나는 내가 처음 와 보는 영화관이고, 좋은 음식점들이며 약국도 그는 핸드폰 하나로 익숙하게 찾아다녔다. 캘리포니아 사는 놈이 이곳에 와서 찾아다닌 영화관 음식점, 약국을 여기서 십년을 산 나보다 더 잘 찾아 이용한다.
테크놀로지와 인공지능은 날마다 발전하여 실생활에 이용된다. 젊은 세대는 빨리빨리 새것에 적응한다. 나는 익숙한 옜 것에만 얽혀 살다 보니 새로워지는 세상에서 날마다 멀어진다. 변화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은 생존 번성하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도태된다고 배웠고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그런데 나는 변하는 세상에 얼마나 적응하려 노력하는가?
금요일 아침, 아들은 집에 간다고 9시반에 차를 몰고 나갔다. 그가 운전해서 도라빌 역까지 가고 그는 거기서 기차 타고 공항으로 가서 1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되고, 나는 차로 집에 오면 된다. 핸드폰 GPS를 따라 85번 하이웨이로 가려고 하는 그에게, 나는 도라빌 역 갈 땐 늘 뷰포드 하이웨이로 다닌다고 하니, 그도 85가 교통체증이 심할 것 같아 뷰포드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출발부터 차들로 뷰포드 하이웨이가 꽉 막혔다. 45마일 속도 제한인데 자동차 속도기가 5-10을 오고 간다. 아니, 교통체증이 이렇게 심하다니! 1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도라빌 역에까지 10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는데, 이렇게 교통체증에 걸리면 비행기를 못 탈 수도 있는데!’
운전하는 아들도 밀린 차들을 바라보며 ‘커먼, 커먼 무브’ 중얼거린다. 야 이거 왜 이리 교통체증이 심한 가! 창유리로 앞을 바라보니, 차들이 차곡차곡 일렬로 꽉 찼다. 왜 이럴까? 교통사고가 났을까? 85로 갔으면 더 좋았을까? 자꾸 조바심이 났다. 둘루스에서 도라빌까지는 약 15마일, 1 마일 가는데 10분이 걸린다면 15 마일 가려면 150분이 걸린다! 그러면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야 이거 야단났네!
‘이렇게 조바심을 하면 어떤 도움이 올까?’ 내 속에서 질문이 나온다. ‘내가 조바심한다고 교통체증이 조금도 좋아질까?’ ‘아니다.’ ‘운전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의 마음이 조금 더 편할까?’ ‘아니다.’ ‘아들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다.’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화가 나고, 불만에 차서 약해지고 병들어 더 나빠진다.’ ‘그렇다면 왜 손해만 나는 조바심을 하고 있어?’ ‘웃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훈련을 해야 해!’
“교통체증을 고려해서 도라빌 역까지 20-30 분 걸리는 걸, 여유 있게 40-50분으로 생각했는데 더 걸리겠는데!” 아들이 말한다. “계획은 잘 짰어.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잘 짠 계획을 망치는 거, 살다 보면 가끔은 이렇게 생겨.”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어졌다. 십년 전에 은퇴하고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보다 사람이 많이 늘고, 빈 터엔 집들이 들어서고, 교통량은 늘었고, 번성하는 도시, 살기 좋은 도시,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 변하는 이야기, 집 값도 올랐다는 이야기, 교통체증 영향을 안 받는 도시 순환 열차 마사를 도라빌에서 둘루스까지 연장하는 선거는 과거 두번이나 실패했지만, 다시 선거안건으로 나오면 찬성해야 되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바심 하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 바뀌었다.
최악의 경우 비행기를 못 타는 것이고, 그러면 내일 가도록 조치하자는 말을 나누니 조바심은 사라졌다. 그는 여기 있는 동안에도 컴퓨터를 통해 재택근무를 했다. 그럭저럭 지미-카터 불로봐드를 지나고 보니 교통체증이 풀리고, 서둘러 도라빌 역에서 그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오면서도 아들이 비행기를 탔는지 궁금했다. 하이웨이 85에서 교통사고가 2개 나서 교통체증이 주변 도로까지도 영향을 주었다는 뉴스가 들렸다. 12시 33분에 전화기에 메시지가 왔다. “비행기 탔어요” (I’m on the 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