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다시 을’…재택근무·급여 협상 꺼려
경기침체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심한 구인난을 겪은 노동시장이 다시 기업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자 1인당 2개의 일자리가 있었을 정도로 비어있는 일자리가 많아졌고, 퇴사율 또한 높아졌다. 일시적으로 치솟았던 미국의 실업률도 2020년 6월부터 꾸준히 하락하기 시작해서 2022년 7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취업시장은 구직자 중심으로 기울어졌다. 기업들은 새 직원을 고용해 교육과 훈련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기존 직원들이 선호하는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이로 인해 오피스 빌딩들의 임대율이 수직 하락했다.
노동시장 리서치 회사인 ADP 연구소가 3만 2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4%가 풀타임으로 사무실에 복귀해 일할 바에는 새 일자리를 찾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직원과 기업의 갑을관계는 최근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애틀랜타 비즈니스 크로니클(ABC)은 “최근 경기 침체의 조짐이 보이면서 취업시장에서 기업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 및 이직률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을 구하는 일자리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던 끝에 지난 8월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토마스 라살비아 경제담당 연구원은 ABC에 “취업시장이 구인난을 겪을 때는 직원들이 임금 수준이나 베네핏을 요구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들면 고용주가 다시 우위에 서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PWC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전체 직원 수를 줄이고 신규 채용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으며, 40%는 고용 제안 취소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애틀랜타에 있는 인텔, 메타 플랫폼, 포드자동차 등의 기업들은 신규 채용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통신이 글로벌 마켓 리서치 회사인 ‘더 해리스 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응답자의 51%는 기업과 재택근무를 협상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59%는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답했다. 또 약 62%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때문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