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8일로 다가온 중간선거의 특징은, 한인을 비롯해 아시안 후보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적이라고 불리는 조지아, 텍사스 등 아시안 후보가 속속 출마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흑인이나 백인이 아닌, 아시안만이 겪는 독특한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해나갈 수 있는 후보들이 미국 정치권에 더 많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휴스턴 한인타운이 위치한 텍사스 주하원 26구역에 출마한 다니엘 리(Daniel Lee) 후보도 보수 지역에 출마한 아시안 후보 중 한명이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필리핀에서 자란 후 텍사스에서 변호사가 되어 라티노 아내와 결혼했다. 흑백 일변도인 남부 정치권에 있어 국제적인 배경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식당을 경영하는 부모님은 범죄, 인종차별 등을 겪었지만 영어를 못하고 미국문화를 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변호사로 15년간 일하면서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본 끝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역시 휴스턴 한인타운이 위치한 텍사스 포트 벤드 카운티의 치안법원 판사로 출마한 소냐 라쉬(Sonia Rash) 후보는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이다. 그는 감안해 사소한 교통위반이나 소액 재판은 법원이 아닌 온라인으로 주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민자들이 맞벌이로 일해서 법원에 갈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
선거 출마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텍사스나 조지아처럼 남부처럼 보수적인 지역에서 한인 등 아시아계가 출마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공화당으로 출마하면 “이민자가 왜 보수적인 당에 가느냐”고,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좌파 아니냐”는 소리를 양쪽에서 듣는 일이 흔하다.
‘필자는 2010년대 초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한 아시아계 후보가 교회에서 당한 일을 본 적이 있다. 한 한인 교인은 그에게 “아시아계가 어떻게 이민자를 탄압하는 공화당에 있을수 있느냐”고 쏘아붙였고, 그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백인 후보같으면 그자리에서 반박하고 유권자와 치열하게 토론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아마도 어르신에게는 말대답하거나 말싸움해서는 안된다는 아시아식 예절 때문에 침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중에 선거에 당선된 그는 공화당 동료를 설득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인과 아시안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선거에 투표하는 한인들이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아시아계 후보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한인 투표자는 무조건 아시안 후보를 찍어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후보자가 한인이나 아시안이면 이름이나 공약, 지역구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이번 중간선거에는 연방상하원부터 주지사, 시장, 시의원까지 수십건의 선거가 치러지며, 따라서 유권자들은 모든 선거의 후보자들의 세부사항을 일일이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그저 특정 당 소속이나 어디서 들어본 이름을 전자투표기로 꾹꾹 누르기에 급급하다. 학교 시험 사지선다 찍듯이, 의원부터 주지사, 시의원 선거까지 민주당 또는 공화당 후보만 줄줄이 찍는 한인 투표자들도 꽤 있다.
이번 선거에는 하다못해 아시안 후보만이라도 이름과 공약, 선거구 등을 유심히 바라본다면, 좀더 성의있고 정확한 투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는 조지아, 텍사스 등 보수적인 남부 지역에서 한인 등 아시안 출마자들이 많으며, 대부분은 한번도 정치권이 나선 적이 없는 ‘신선한 피’ 들이다. 이들 중 몇명이라도 정치권에 진출한다면 ‘흑백논리’가 아닌 아시안 이민자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과 법안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